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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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측근 또는 법조계 고위관계자와 만찬을 한 사실이 없음."

한국경제신문이 2일자로 박 장관이 지난달 29일 법조계 관계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졌다고 보도하자 법무부가 해명한 내용이다. 법무부는 한 문장안에 ‘29일 만찬’과 ‘법조계 고위관계자’를 모두 집어넣음으로서 만찬 자체를 부정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실제 법무부는 “박 장관이 만찬을 하긴 했지만 ‘법조계 고위 관계자’와 만찬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박 장관과 만찬을 가진 인물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생의 ‘멘토’로 알려진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이다.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인근으로 박 장관 자택과도 가까운 이탈리안 레스토랑 비노인빌라에서였다. 여기엔 형사정책연구원의 전·현직 기획조정실장 등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2007~2010년 형사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하던 시절 측근으로 분류되던 인물들이었다. 법조계 관계자는 “장관이 산하의 여러 기관장을 한꺼번에 보는 것도 아니고 특정 기관장과 함께, 친분이 있는 인물을 불러놓고 만찬을 가진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박 장관이 ‘조 후보자의 멘토’를 왜 만났을 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한 원장은 조 후보자를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 수석으로 재임하던 작년 6월 원장으로 선임됐다. 조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공격을 받을 때면 한 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문을 올려왔다.

박 장관이 본지 보도를 부인하며 한 원장을 '법조계 고위 관계자'로 분류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조계는 “납득이 가지 않는 다”는 반응이다. 국무총리실 산하 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은 통상 법무부 유관 기관으로 분류되며, 검찰과 경찰의 형사정책관련 연구 담당하는 국내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이다. 형사정책연구원장은 보통 ‘차관급’인사로 평가받는다.

박 장관은 당초 이 만찬 약속이 이번주에 잡혔지만 국회 청문회 무산과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자 갑자기 이날로 약속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날 참석자 대부분 박 장관이 조 후보자 임명으로 갑자기 떠날 것에 대비해 약속을 앞당긴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러한 박 장관의 자세를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꼬집었다. 장 의원은 “지난달 29일이면 윤석열 총장 체제의 검찰이 조 후보자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통해 문제가 엄청 불거질 때이고,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직을 더 수행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라며 성급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박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조 후보자 청문회가 무산될 것이란 정보를 사전에 귀띔을 받고 지인들과 ‘마지막 만찬’을 가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