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어지면서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창업기업 수 134만4366개 중 10.3%인 13만8933개가 30세 미만 창업기업이었다. 30세 미만 창업기업 비율은 2016년 9.8%, 2017년 10.2%로 최근 3년간 꾸준히 높아졌다.

최근에는 이공계 전공자도 대학 실험실에서 연구하던 첨단 기술에 창의성을 더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하며 ‘실험실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기술 기반의 실험실 창업은 5년 생존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기반이 탄탄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 아이디어 기반의 일반 창업 아이템과 다르게 복제가 쉽지 않고, 기술을 보유한 고급 과학기술인 또한 인적 네트워크가 우수해 창업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손홍규 연세대 창업지원단 단장은 “지난 10년간 창업에 대한 관심과 마인드가 달라지면서 청년들이 단순한 아이디어와 자신감을 넘어 기술과 실력까지 제대로 갖추고 다양한 기술 창업을 선보이고 있다”며 “창업도 하나의 새로운 직업군이 됐다”고 말했다.

아시아 1위 소셜 댓글 스타트업

김미균 시지온 대표
김미균 시지온 대표
김미균 시지온 대표(34)는 올해로 창업 11년차에 접어들며 ‘대학생 창업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2007년 연세대 벤처 인큐베이팅센터에서 대학생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시지온은 2009년 9월 아시아 최초로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를 론칭했다. 라이브리는 댓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로, 언론사 및 기업 사이트에 설치할 수 있는 댓글 플랫폼이다. 각 사이트에 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SNS 아이디로 댓글을 달 수 있어 편리한 것은 물론, 악성댓글 문제도 해결한다. 2017년 9월에는 인스타그램 사진을 선택적으로 노출하는 서비스인 ‘어트랙트(Attractt)’를 선보였고 올해는 새로운 서비스인 ‘어트랙트 샵’도 론칭했다.

아시아 1위 소셜 댓글 업체인 시지온의 최종 목표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누구나 자유롭고 즐겁게 양질의 소통을 하게 하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 활동에 대한 고객의 리액션은 매우 중요하고, 시지온은 이런 고객의 리액션을 빅데이터로 삼아 여기에서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지친 마음 위로하는 ‘헬로우봇’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
이수지 띵스플로우 대표(31)는 우연히 친구와 타로점을 보러 갔다가 챗봇이라는 사업 모델을 떠올렸다. 2017년 ‘헬로우봇’ 앱(응용프로그램) 정식 출시 전 페이스북 페이지 ‘타로챗봇 라마마’를 오픈했고, 두 달 만에 사용자 수 1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어 카카오톡, 네이버톡톡 메신저를 비롯해 네이버 클로바, 구글 어시스턴트에도 타로챗봇 라마마를 출시했다. 지난해엔 ‘헬로우봇’이라는 앱 형태로 출시하면서 인앱 결제 방식을 적용했고, 한 해에만 6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검증했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0만 건.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과다.

창업 당시를 떠올리며 이 대표는 ‘실행’을 강조했다. “오늘 내가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든 먼저 움직이고 실천하세요.”

스와이프, 대학생활 정보가 캘린더로

김신우 슥삭 대표
김신우 슥삭 대표
‘슥삭’은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 대학생활 정보들을 사용자에게 맞게 큐레이션해서 보여주고 이를 캘린더에 쉽게 저장할 수 있는 앱이다. 이름처럼 카드 형태로 추천되는 정보를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해서 캘린더에 저장하고, 왼쪽으로 스와이프해서 추천 리스트에서 제외시킨다.

김신우 슥삭 대표(28)는 지난 1월 대학생 연합 IT벤처 창업 동아리 ‘솝트(SOPT)’에서 진행한 해커톤에 참가하면서 슥삭을 개발하게 됐다. 당시 3주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지금의 슥삭을 만든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가 슥삭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은 대학 내 어지럽게 널린 현수막 등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는 ‘온라인 게시판’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보가 꼭 필요한 사람,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 사람에게 필요한 서비스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김예나 잡앤조이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