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조사 마친 양현석 (사진=연합뉴스)
밤샘 조사 마친 양현석 (사진=연합뉴스)
해외 원정 도박을 하고 외국인 투자자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의혹을 받는 양현석(50)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경찰에 출석해 23시간에 걸친 '밤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날 오전 9시 51분께 양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30일 오전 8시 30분께 돌려보냈다.

경찰에 출석할 당시에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 외에는 형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았던 양 전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도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만 짤막히 대답했다.

이어진 취재진의 '상습도박·환치기 혐의 부인했는가'라는 질문에도 "경찰 조사에서 성실히 답변했다"고 답했다.

이어 '도박 자금 어떻게 마련했는가', '성매매 알선 혐의 여전히 부인하는가', '현재 심경은 어떠한가', '국민들께 한 말씀 해달라' 등의 질문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면 양 전 대표에 대한 조사가 23시간이나 길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양 전 대표는 출석할 때와는 사뭇 다른 눈에 띄게 초췌한 표정으로 아침이 돼서야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일까.

23시간 밤샘조사 배경으로는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피의자인 양 전 대표가 출석한 김에 한 번에 혐의사실을 모두 다 조사하자고 요구했을 수 있다. 또 다시 경찰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고 싶지 않은 이유에서다.

김가헌 변호사는 "수사관이 조사할 게 좀 남았다고 오늘 끝낼지 또 출석할지 물었다면 양 전 대표가 다시 출석하는 일이 없게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밤을 새서라도 끝내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야간조사 시에는 피의자에게 법에 따라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변호인단의 피의자신문조서 열람이 길어졌을 경우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에서는 인권침해 등의 요소가 있어 보통 저녁 11시 넘어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피의자 신문 조서가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피의자 신문 종료 후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열람하게 해서 증감 변경 등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양 전 대표가 11시까지 조사를 받았다면 그 다음 시간부터는 피의자 신문시 참여한 변호인이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 시점부터는 조사가 아니라 검토의 시간이다. 보통 5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변호인이 얼마나 꼼꼼하게 이 조서를 열람하느냐에 따라 그 시간을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즉 동의 하에 야간조사를 했거나 11시 이전에 조사가 끝난 어떤 경우에도 23시간 모두 양 전 대표가 수사받은 시간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양 전 대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를 드나들며 도박을 하고, 미국에서 달러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혐의(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또 2014년 서울의 한 고급 식당에서 외국인 재력가를 접대하면서 유흥업소 여성들을 동원해 성 접대를 한 혐의(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앞서 전날 출석했던 빅뱅 멤버 승리는 12시간 만에 조사를 끝내고 귀가했다. 원정도박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했으나 환치기 혐의는 부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