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사진봉사 통해 다문화가정 끌어안으려 노력"
한 달에 두 번씩 카메라, 컴퓨터, 사진 인화 프린터 등을 가득 싣고 다문화가정을 만나러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미용사, 메이크업 전문가, 촬영보조 인원 등 자원봉사자들도 함께한다. 가족사진 촬영부터 포토샵, 인화, 액자까지 현장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매년 10월부터 신청을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으면 하루에 60여 가족까지 사진을 찍는다. 2010년 8월 서울 구로구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현 한국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시작한 촬영 봉사는 다음달 7일이면 서울 양천구 해누리타운에서 5000가족을 넘길 예정이다.

‘다문화가정 가족사진 찍는 할아버지’로 불리는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72·사진)은 “2007년 지방 행사에서 ‘농촌 총각 결혼시켜 드립니다’는 플래카드를 보고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박사 논문도 다문화가정 관련 주제로 썼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다문화가정은 소수의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 이민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제화 물결 속에서 우리 모두에 주어진 과제”라고 강조했다.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한 이사장은 1974년 제일합섬에 입사한 뒤 삼성그룹 비서실과 삼성전자 등을 거친 ‘삼성맨’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 사장, 삼성문화재단·삼성사회봉사단·삼성복지재단 사장을 역임했다. 자원봉사와 사회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2000년)과 국민포장(2006년)도 받았다.

한 이사장은 2009년 삼성그룹에서 정년퇴직한 뒤 사재 10억원을 들여 인클로버재단을 설립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정을 행복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그는 “늘어나는 다문화가정의 아동, 청소년에게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한국인들과 다문화가정이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취미활동으로 사진촬영을 시작했지만 한 이사장은 이미 두 차례 개인전까지 연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그는 삼성문화재단 사장 재직 시절부터 소그룹 활동을 하면서 사진작가 조세현 씨 등 전문가들에게 직접 사진 찍는 법을 배웠다. 인클로버재단의 대표 프로그램인 다문화가족 사진촬영 외에도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재능 교육 프로그램이나 역사유적지 현장체험, 다문화 학술연구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인클로버재단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도 마련할 예정이다. 재단 측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한 사진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