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연구소, 다음 달 6일 심포지엄
"900년전 기록 '고려도경'은 출장보고서 아닌 지리지"
고려 인종 원년(1123) 송에서 온 사신 중 한 명인 서긍(徐兢, 1091∼1153)은 중국에 돌아가 이듬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이하 고려도경)이라는 책을 썼다.

서긍은 비록 개경 순천관(順天館)에서 한 달 남짓 머물렀지만, 고려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자 했다.

물건은 그림으로 남기고, 경험은 글로 적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림인 도(圖)는 사라졌고, 글로 된 경(經)만 존재한다.

지금까지 단순한 출장보고서 혹은 견문록 정도로 알려진 고려도경을 북송대 지리지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다음 달 6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최하는 고려도경 국제학술심포지엄에서 박지영 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발표를 통해 고려도경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29일 배포된 발표문에서 박 연구사는 "고려도경은 중국 서적이지만, 고려시대 사회상과 문화상을 폭넓고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고려 연구에 수없이 인용되는 매우 가치 있는 자료"라며 "특히 고려청자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긍이 서문에서 도적(圖籍)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면서 고려도경은 고려 정세와 실정을 황제가 알 수 있도록 공식적으로 작성한 자료라고 봤다.

그러면서 박 연구사는 목차에 성읍(城邑), 영토(封境), 지형(形勢)과 궁궐문(門闕), 궁전(宮殿)이 나오고, 이후에 의물(儀物), 풍속, 기명이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시기 도경은 백과사전 성격이 강해지는데, 이러한 경향이 고려도경에서도 확인된다"며 "고려도경 구성은 글과 그림이 분리됐고, 그림이 앞쪽에 배치된 선도후문(先圖後文) 체계를 갖췄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려도경은 연구소가 추진하는 '공예 지식백과 구축' 사업의 첫 주제다.

심포지엄에서는 고려도경을 바탕으로 도량형 자료, 반잔(盤盞), 고려청자, 기명(器皿), 향로, 음주문화에 대한 발표와 종합토론이 진행된다.

"900년전 기록 '고려도경'은 출장보고서 아닌 지리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