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 경험자, 절반 이상이 위축감·공포심 느껴"
인권위, 혐오 표현 진단과 대안 마련 토론회
성인 3명 중 2명·청소년 10명 중 7명이 혐오 표현 경험
성인 3명 중 2명은 혐오 표현을 경험했고 청소년도 10명 중 7명이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리는 '혐오 표현 진단과 대안 마련 토론회'에 앞서 '혐오 표현에 대한 국민인식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3월 성인 1천200명을 대상으로 '혐오 표현 경험과 인식조사'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설문 결과 응답자의 64.2%가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

혐오 표현 대상으로 특정 지역 출신(74.6%)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여성(68.7%), 노인(67.8%), 성 소수자(67.7%), 이주민(66.0%), 장애인(58.2%)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20대가 80.7%로 가장 높았고 30대(71.1%), 40대(63.6%) 등 연령이 낮을수록 경험률은 높았다.

혐오 표현 경험자의 과반수가 위축감이나(50.5%), 공포심(53.1%)을 느꼈고 87.3%는 '문제가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직접적인 반대 의사 표현(41.9%)보다는 그냥 무시하거나(79.9%), 피하는(73.4%) 등 주로 소극적 방식으로 행동했다.

혐오 표현 경험자는 60%가 훌쩍 넘었지만, 응답자 중 9.3%만 본인이 혐오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일부 사람들이 혐오 표현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혐오 표현 사용자가 혐오 표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혐오 표현이 확산된 주요 원인으로 77.4%는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차별'을 꼽았고 가짜뉴스(72.3%)와 일자리 등 경제적 어려움(68.8%)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성인 3명 중 2명·청소년 10명 중 7명이 혐오 표현 경험
또 58.5%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혐오를 조장한다고 평가했다.

정치인의 혐오 표현 대상으로는 특정 지역 출신(70.6%), 여성(32.8%), 성 소수자(22.4%), 이주민(22.1%) 등을 꼽았다.

언론이 혐오 표현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응답은 49.1%였으며, 그 대상으로 특정 지역출신자(50.9%), 여성(38.0%), 이주민(32.3%), 성 소수자(24.8%) 등을 언급했다.

인권위가 지난 5월에 청소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3%는 혐오 표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여성(63.0%)을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이 가장 많았다.

혐오 표현을 접한 청소년 응답자의 82.9%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 유튜브, 게임 등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했다.

청소년의 과반수가 학교(57.0%)에서나 친구(54.8%)로부터 혐오 표현을 가장 많이 경험했으며, 혐오 표현 사용자가 학교 선생님인 경우도 17.1%나 됐다.

혐오 표현을 접한 사람 중 82.9%는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22.3%나 됐다.

청소년 중 혐오 표현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23.9%로 성인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로 혐오 표현 내용에 동의하기 때문(60.9%)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남들도 쓰니깐(57.5%), '재미나 농담'(53.9%) 순이었다.

강문민서 인권위 혐오차별대응 기획단장은 "혐오 표현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 핵심 영역에서 혐오 표현 대응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혐오 표현 자율규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인 3명 중 2명·청소년 10명 중 7명이 혐오 표현 경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