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하면서 각종 ‘특혜’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의전원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그러나 의전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지 오래다. 의전원은 의사 직업을 갖기 위한 일반인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전공의 학사 졸업생을 의료인으로 키워 기초의학 발전을 이끌겠다는 목표로 지난 2005년 야심차게 출범했다.

하지만 의전원을 계속 운영하겠다는 대학은 현재 전국에 두 곳에 불과하다.

애초에 의도했던 정책목표는 전혀 이루지 못한 채 학업성취도 저하, 지방 의료인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의료계에선 “한국 현실에 맞지 않은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조국, 자녀문제 사과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자녀문제 사과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송구하다" (사진=연합뉴스)
◆의전원 모집정원 10년 만에 95% 감소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의전원을 운영하는 학교는 강원대 건국대(충주) 동국대(경주) 제주대 차의과대 등 다섯 곳이다. 노무현 정부가 의전원 도입과 정부예산 지원을 연계하면서 2009년 의전원을 운영하는 대학은 27곳에 이르렀지만 10년 만에 82%가 사라진 셈이다.

남은 대학마저도 동국대와 제주대는 각각 내년과 2021학년도부터 의전원을 폐지하고 의예과 신입생만 뽑기로 했다. 강원대 역시 이르면 2021학년도부터 의예과 신입생을 뽑겠다는 계획을 갖고 의전원 폐지를 추진 중이다. 올해 기준 의대 혹은 의전원을 운영하는 전국 40개 대학 중 의전원 체제를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대학은 건국대와 차의과대 2개뿐인 셈이다. 강원대까지 의대 전환이 확정되면 2021학년도 기준 의전원 모집정원은 80명으로 1687명에 달했던 2011학년도에 비해 모집정원이 95%나 감소할 전망이다.

◆“의전원 학생 뽑을 이유 없어”

의전원은 본래 다른 학문과의 시너지를 통해 기초의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예를 들어 화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의학을 배워 연구에 힘쓰면 기초 의료기술을 확보하고 의료산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전원이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돼 10년 만에 ‘실패한 제도’로 전락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년부터 의전원을 의대로 전환하기로 한 동국대의 이동석 의과대학장은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동국대의 경우 의전원 졸업생 중 기초의학을 하려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고 모두가 임상의학(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는 분야)으로 빠졌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대학 소속감이 강한 의대생과 달리 의전원 학생의 경우 대부분 수도권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입학하기 때문에 의사 면허증만 지방에서 따고 서울로 올라가 지역 의료인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다”며 “대학 입장에선 부작용이 심각해 의전원을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전원 출신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낮은 것도 대학 입장에서 의대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의대·의전원을 같이 운영하는 대학의 의학 교수 6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4%가 ‘의대생이 의전원생보다 우수하다’고 답했다. 의전원생이 더 우수하다고 답한 교수는 19%에 불과했다. 지방의 한 의대 교수는 “의대생들은 전국에서 최고의 수능·내신 성적을 받고 입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의전원생보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