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실 위즈 대표가 선덕여왕을 주제로 한 양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이홍실 위즈 대표가 선덕여왕을 주제로 한 양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경묵 기자
독특한 디자인과 특수 원단제작기술을 융합해 명품 양산 시장을 개척하며 직원 3명으로 7억원의 매출을 올린 사회적 기업이 화제다. 경북 안동의 양산(우산) 제조업체인 위즈(대표 이홍실)는 지난해 백화점 입점에 성공하고 매출 7억원을 넘어섰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회사 제품은 선덕여왕의 예지력을 담은 모란을 모티브로 한 우산, 2000년 안동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90세 생일 때 대사관을 통해 선물한 우산 등 여왕 양산, 퇴계 이황이 좋아하던 매화와 스토리를 담은 퇴계연가, 허도령과 연희낭자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하회우산 등 제품 종류만큼이나 스토리도 풍부하다. 2016년 굿디자인어워즈도 수상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다섯 곳에 입점한 뒤 개당 가격이 10만~20만원인데도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6년 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7억원으로 높아진 이유다.

위즈 제품이 고가인데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프린팅한 원단을 사용하지 않고 양산 원단의 무늬를 자카르 직조로 짜거나 마이크로 원사를 2700번 꼬아 만든 웨이브엠보싱 원단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다. 특수원단을 직접 주문 제작해 디자인을 표현하는 생산 방식이다.

대구에서 그래픽을 전공하고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이홍실 대표(44)는 2014년 경북 안동에서 창업했다. 이 대표는 “이탈리아 일본의 명품 우산과 양산 등 해외 제품을 수년간 연구 비교하고 한국 전통의 문양과 스토리를 담았다”고 강조했다.

처음 명품 양산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주위에서는 반대가 많았다. 선물로 그냥 주는 양산, 우산을 누가 비싼 가격에 사겠느냐는 게 이유였다. 이 대표는 품질로 승부하면 우리나라라고 고가 양산이 안 팔릴 리 없다고 확신했다. 이 대표는 “내가 사고 싶은 양산을 내가 만들어보는 게 꿈이었다”며 “누구도 만들지 않는 최고 명품을 내놓는 데 전념했다”고 말했다. 직조원단에 방수기술을 입히는 데 2년이 걸리는 등 제품 개발 과정은 험난했다. 원단조직과 밀도 테스트 최소 단위가 50m였다. 패턴 하나를 보기 위해 한 번에 300만원의 투자를 수십 번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4억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직원을 늘리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신 이 대표 자신이 밤낮없이 쉬지 않고 일했다. 이 회사의 고가 제품인 ‘시에라리’ 브랜드 제품은 아이템별로 원단 소재와 제작 방식이 모두 다르다. 그는 “우산 살의 개수를 변화시키고 봉도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의 변화를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았다. 고용을 늘려 본격적인 국내외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전통 콘텐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해외에서도 명품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겠다”며 “3년 내 100억원 매출을 자신한다”고 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