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규 서울대 의대 교수

사람 임상 제도 만들어달라 요구땐
"시기상조다" 퇴짜 놓기 일쑤
복지부-식약처 업무경계도 걸림돌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장인 박정규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15년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당뇨병 원숭이가 1000일가량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04년 돼지 장기를 활용해 난치병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연구에 뛰어든 지 10여 년 만이다.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아직 이를 활용해 치료받은 환자는 없다. 이종장기 치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사람 대상 임상 허가가 계속 미뤄지면서다.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이 연구를 위해 사육한 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대  제공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이 연구를 위해 사육한 돼지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대 제공

박 교수팀은 돼지 각막과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시행되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맞춰 진행되는 세계 첫 연구다. 연구에 성공하면 치료법이 없는 선천성 당뇨(1형 당뇨) 환자가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각막 이상으로 실명한 환자도 새 삶을 살 수 있다. 그는 “내년 5월 이전까지 사람 대상 이식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팀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종장기 이식 개척자다. 하지만 온갖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9년 법안 마련 단계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이종장기 이식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없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놓여 있을 때였다. 박 교수팀은 보건복지부 등을 찾아 이종장기이식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2012년 초안을 마련했지만 논의는 그대로 멈췄다. 국회 등에서 ‘사람 대상 이식 연구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법부터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식약처 간 모호한 업무 영역 경계도 걸림돌이 됐다. 국내에서 개발한 의약품의 임상 허가는 식약처에서 관리한다. 반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는 의료기술은 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연구원에서 담당한다. 이종장기 이식은 원재료인 동물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치료다. 박 교수팀은 2014년께 사람 대상 임상 연구 준비를 마치고 식약처를 찾았다. 하지만 “장기이식이기 때문에 복지부에서 관할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시 복지부의 문을 두드렸더니 “동물세포 등을 활용하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담당한다”고 했다. 수년간 같은 상황을 반복하다 담당 부처가 정해진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담당 부처가 식약처로 결정됐지만 지난 5월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가 허가 취소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지난 2일 이종장기 이식 연구를 허용하는 첨단재생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박 교수팀은 식약처와 함께 이종이식 임상시험 기준을 마련 중이다. 이종장기 이식 연구의 첫발을 뗀 2004년 이후 15년 만이다. 그동안 정부 예산은 600억원 정도가 투입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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