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한 BBQ 몽골법인 회장 "치맥처럼 한국바둑도 몽골서 인기 얻길 바라요"
“처음엔 (닭)고기가 없어서 못 팔 지경이었죠.”

지난 15일 몽골 울란바토르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에서 열린 ‘제24기 하림배여자국수전’ 특별대국의 메인 후원사는 ‘치킨 명가’ BBQ의 몽골법인 ‘BBQ MGL’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김일한 BBQ MGL 회장(66·사진)은 몽골 현지에서 한국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배달 문화를 안착시킨 일을 먼저 떠올렸다.

김 회장은 1인당 국민소득 3735달러로 한국의 8분의 1 수준인 몽골에서 한국과 비슷한 가격으로 2005년부터 BBQ 치킨을 팔았다. “말도 안 된다” “무조건 실패할 것”이라는 비아냥과 우려 속에서도 김 회장은 “자신 있었다”고 했다.

“방송 관계 일로 몽골 출장을 왔다가 우연히 치킨을 먹었는데 저온 기름에 튀기다 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치킨’이라기보단 ‘찜닭’에 가까웠어요. 치킨은 165도의 기름에 일정 시간 튀겨서 나가야 하는데 유목 문화인 몽골에선 가축인 닭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모르더라고요. 그때 성공 예감이 왔죠.”

김 회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주몽골태국대사관의 부지를 매입한 뒤 BBQ 브랜드를 가져와 몽골 1호점을 2005년 열었다. 정말 불티나게 팔렸다고 했다. 몽골에선 당시 생소한 배달 서비스도 선보였다. 새로운 맛, 새로운 서비스로 몽골 내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빠르게 각인시켰다. 김 회장의 성공 신화로 BBQ치킨은 몽골에서 대표적인 ‘고급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장은 어느덧 7호점까지 늘어났다.

“몽골 사람들에게 BBQ치킨은 가족들이 외식할 때 ‘기분 내기 위해’ 찾는 레스토랑 이미지를 굳혔습니다. 가장 큰 매장은 1300㎡ 가까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치맥 문화’와는 확실히 다르죠.”

김 회장의 성공은 수많은 실패가 바탕이 됐다. ‘서울고-서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금연초 등 낯선 사업에 손댔다가 인생의 ‘쓴맛’도 봤다. 그럴 때마다 그를 위로해 준 건 바둑이었다. 아마 5단의 실력자인 그가 꾸준히 바둑계와 연을 맺고 있는 이유다. 이번 특별대국도 김 회장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성사됐다. 오유진 6단과 김경은 초단의 대국이 펼쳐지는 무대 뒤에서 그는 이리저리 바둑돌을 옮겨보며 경기를 분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1990년대 중반 바둑신문을 창간할 정도로 한때는 바둑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죠. 몽골에서 사업하고 있는 지금도 바둑을 잊지 못합니다. 몽골에는 몽골인뿐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다양한 사람이 살며 바둑을 두기 때문에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더 많은 몽골인이 BBQ치킨의 매력만큼이나 바둑의 매력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울란바토르=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