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vs 변호사' 국내 첫 법률 대결…승자는 누가될까
이달 말 국내 최초로 변호사와 인공지능(AI)이 대결한다.

한쪽은 변호사들, 다른 쪽은 AI와 협업한 변호사들이 어느 쪽이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난지를 겨룬다.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일반인이 AI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보다 법률 사무를 더 잘 처리할 수 있는지도 평가한다. AI와 변호사 중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법률 계약서를 검토할 수 있을지,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리걸테크’가 앞으로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I vs 변호사,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할까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인공지능법학회(회장 이상용)와 사법정책연구원(원장 강현중) 주최로 오는 29일 열리는 ‘법률AI컨퍼런스’의 부대 행사인 ‘알파로 경진대회’의 참가 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10개 팀의 출전이 확정됐다. 대회 사무국 관계자는 “변호사들의 대회 참가 신청이 쏟아져 당초 예상보다 일찍 접수를 마감했다”고 밝혔다.

대회에선 AI와 변호사 및 일반인이 협업하는 ‘AI팀’과 변호사 단독 혹은 2명으로 구성된 ‘인간팀’이 제한시간 50분 동안 근로계약서 3개를 검토하게 된다. AI팀은 변호사와 AI, 일반인과 AI로 각각 구성된 2팀이 참가한다. 인간팀은 총 8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익명으로 참가한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명숙 변호사는 “AI와 인간의 ‘협업지능’이 보여줄 미래 법률서비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살펴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의 도움을 받은 변호사나 일반인이 계약서상 누락된 항목과 위법한 요소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잡아낼 수 있느냐가 ‘관전 포인트’다. 주최 측 관계자는 “AI팀 중 하나는 변호사가 AI를 운용하고, 다른 한 팀은 일반인이 AI를 운용해 과제를 푼다”며 “법률 전문가와 일반인이 AI를 사용해 내놓는 결과물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대회에서 사용될 AI는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인텔리콘메타연구소에서 개발한 법률 독해 프로그램 ‘C.I.A.(Contract Intelligent Analyzer)’다. ‘C.I.A.’는 계약서 내용을 통째로 읽고 이해한 뒤 계약서의 위험요소와 누락항목을 5~10초 만에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초기 단계로 아직 학습된 데이터양이 많지 않아 중학생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에선 AI가 변호사들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인 ‘로긱스’가 자체 개발한 AI와 변호사들에게 각각 5건의 비밀유지계약서를 검토하도록 한 결과, AI는 26초 만에 모든 계약서의 검토를 마친 데 비해 변호사들은 평균 92분이 걸렸다. 결과물의 평균 정확도는 AI가 94%로 변호사 평균(85%)보다 높았다.

'AI vs 변호사' 국내 첫 법률 대결…승자는 누가될까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 900개

AI는 이미 국내 법률 업무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 10위권인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지난해 국내 로펌 중 처음으로 법령 및 판례를 검색해주는 AI ‘유렉스’를 도입해 업무에 활용 중이다. 대법원은 2021년 시행을 목표로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최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AI 헌법연구관’을 도입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리걸테크는 국제적인 흐름이다. 미국 스탠퍼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코덱스 연구소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관련 등록 업체는 900개가 넘는다.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가 고용한 AI 변호사 ‘로스’는 초당 10억 장의 판례를 검토한다. 일종의 ‘AI 검사’인 ‘컴퍼스’는 법정에서 폭력 사범인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을 분석한다. 영국 중대범죄수사청(SFO)은 항공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 PLC의 불법 로비 혐의를 수사하는 데 법률 AI를 활용하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