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 신학대학원 졸업하는 전경숙씨…"쭉 즐겁게 공부하는 게 꿈"
공부하는 모습에 온가족이 책과 친해져…세 딸 모두 서울대 진학
딸 셋에 손주 다섯 돌보며 26년 향학열…67세 '박사 할머니'
"엄마, 드디어 박사 된 거야?"
전경숙(67)씨가 박사과정 논문 심사를 통과한 날 전씨의 세 딸과 남편이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외친 말은 '드디어'였다.

전씨는 15년 만에 성공회대 신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석사 공부 기간을 더하면 18년, 석사를 준비한 기간까지 치면 26년 만이다.

14일이 손꼽아 기다리던 졸업식이다.

부산대 수학과 70학번인 전씨는 결혼 전 부산에서 중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했다.

결혼 후 딸 셋을 낳아 키우며 공부를 접었다가 1993년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전씨는 남편이 출근하고 딸들이 학교에 간 뒤 매일같이 집에서 가까운 대학교를 찾았다.

"대학교에 가면 직장인 영어반이나 외국어학당 같은 영어 수업이 있었는데,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 남편도 모르게 다녔다"고 했다.

5년 이상 꾸준히 영어 수업을 들어 자신감이 붙자 대학원에 도전했다.

막내딸이 초등학생이 된 지 1년 만이었다.

전씨는 "평소 르네상스 미술에 관심이 많았는데 종교를 빼고선 이 분야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신학을 먼저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대학원 시험을 봤다"고 했다.

한신대 신학과에서 3년 만에 석사학위를 땄고, 곧장 박사과정에 도전했다.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에 2004년 입학한 전씨는 "성공회대 신학과에 예술을 공부하는 신부님이 지도교수로 계신다고 해 선택했다"고 했다.

5년 만에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서는 손주 5명을 돌보면서 틈틈이 논문을 썼다.

주말엔 아침부터 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15년 걸려 완성한 논문은 전씨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가 주인공이다.

동판화 '네 마녀' 속에 뒤러가 새겨넣은 이니셜 'O.G.H'의 숨은 뜻을 밝혀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당시의 마녀사냥과 관련한 신학적인 메시지를 탐구했다.

전씨는 "막상 논문을 다 쓰고 나니 좋은 친구와 헤어지는 기분이 들어 섭섭한 마음도 크다"고 했다.

전씨는 박사가 되기까지 20여년을 '이중생활'이라고 표현했다.

"내 공부 때문에 가족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족들이 회사에 가거나 잘 때 틈틈이 공부했다"며 "남편이 알면 말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외조를 받아 석·박사를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세 딸은 전씨가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레 딸들도 공부에 재미를 붙이더니 모두 서울대에 진학했다.

첫째는 법대, 둘째는 의대, 셋째는 국제학과로 분야도 제각각이다.

남편도 밤마다 책을 읽는 아내를 보고 덩달아 책을 잡았다.

"당신이 공부를 너무 재밌게 해 나도 같이하고 싶어진다"고 했다고 한다.

의사인 남편은 인문학을 공부한다.

"제 꿈은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쭉 즐겁게 공부하는 거예요.

그림과 신학에 대해 계속 연구하다 보면 언젠가 제가 쓴 책도 나오지 않을까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