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하다 경북 문경으로 내려온 고경남, 금성빈 씨가 문경의 관광명소인 진남교반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클래식한스푼 제공
독일에서 활동하다 경북 문경으로 내려온 고경남, 금성빈 씨가 문경의 관광명소인 진남교반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클래식한스푼 제공
독일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다 경북 문경에 정착한 고경남, 금성빈 씨는 클래식한스푼이라는 기업을 지난해 창업했다. 이들은 문경의 어린이들에게 바이올린 교육을 하고, 지역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예술공연을 정기적으로 개최하도록 돕고 있다. 경북 시골 마을의 예술교육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고씨(39)는 독일 유학을 간 뒤 자브뤼켄 국립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단원으로 활동한 쟁쟁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후 뒤셀도르프 인근 탄광도시인 두이스부르크와 골프·정보기술(IT) 산업도시인 메어부쉬의 시립음악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살려 문경의 어린이와 주민들에게 클래식과 퓨전음악 등 다양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 고씨는 “커피에 한 스푼 넣은 설탕이 달콤함을 선사하듯 인생에 클래식 한 스푼을 더해 시골주민들의 삶을 아름답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문경에 정착한 것은 경상북도의 청년유입정책인 도시청년시골파견제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경상북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청년유입정책이 소멸위기의 시골마을을 살리고 청년들을 지방도시와 농촌으로 유인하는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현재 260명의 청년을 경북으로 끌어들여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로 사업체를 일구며 경북에 정착시켰다. 청년유입전략 프로젝트인 도시청년시골파견제와 청년커플창업, 지역상생일자리사업을 통해서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로 문경의 고택에서 펜션과 관광사업을 하는 청년기업 리플레이스의 직원들과 고택 화수헌 전경.   경상북도 제공
도시청년시골파견제로 문경의 고택에서 펜션과 관광사업을 하는 청년기업 리플레이스의 직원들과 고택 화수헌 전경. 경상북도 제공
한국 청년유입정책의 대표 브랜드가 된 도시청년시골파견제는 지난해 7월 첫 공모를 해 현재 2기를 모집했다. 1800년대에 지어진 고택 화수헌을 문경시로부터 임차해 한옥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리플레이스 등 100개 팀 170명의 청년이 경북으로 유입됐다. 이들에게는 경상북도가 통 크게 1인당 3000만원씩 최대 2년간 6000만원의 사업화자금과 정착비를 지원한다. 2017년 경상북도는 김남일 환동해지역본부장의 아이디어로 청년유턴일자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이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사업으로 채택돼 국비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 규모도 커졌다.

경북의 '이색 청년정책' 효과…30대 청년들이 돌아온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경북경제진흥원의 이미나 연구원은 “경상북도가 선제적으로 시도한 사업이 청년 유입, 마을 활성화 등 성과를 거두면서 강원도, 전라남북도와 충청남북도 등에서 벤치마킹을 다녀가는 등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커플창업지원 사업은 도시청년의 지역 유입과 정착, 2세 출산 등의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달아비트를 설립한 지승호·유송이 씨 부부는 비트를 재배해 가공품을 전국에 판매하고 있다. 경북에 연고가 없던 경기도와 충북 출신 청년들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결혼한 사례다.

동양철학과 인문학을 전공한 커플인 박승국·김지원 씨는 지난해 10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성함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휴크레플이라는 기업을 군위에 창업했다. 부부간 예절, 자녀 교육방법 등을 콘텐츠화해 지역관광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은 사업대상자 선정 후 둘째를 출산했다.

경상북도의 청년유입 정책들은 20대 초반보다는 30대 청년들의 유입에 성과를 내고 있다. 경상북도의 청년유입정책이 나름대로 외지에서 경험을 쌓은 청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소멸위기를 맞은 농촌마을에서 시험하는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선정된 170명 청년 가운데 25세 미만은 16.4%인 데 비해 26~30세는 35.9%, 30세 이상도 47.7%에 달했다.

이정우 경상북도 일자리총괄팀장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지역을 떠나더라도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나서는 다시 지방으로 와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청년유입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청년과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며 소멸위기의 마을공동체를 살려내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비 등 공공자금이 집행되면서 성과나 관리 위주의 정책으로 흐르는 경향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선정된 한 참가자는 “예산집행은 꼼꼼하게 하더라도 매주 보고하도록 하거나 6개월도 안돼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충분히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도록 정부가 운용의 묘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청년유입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지역 정착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사업이 초기 단계인 만큼 청년들이 스스로 생태계를 만들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경=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