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변호사들의 올림픽’인 세계변호사협회(IBA) 연차총회에 변호사 출신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 여부를 놓고 법조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IBA 서울총회는 세계 로펌 대표와 파트너변호사 등 6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국제 이벤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IBA 서울총회 조직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개막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변호사 자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찾는 수천 명의 외국 법조인에게 호감을 줄 것으로 기대해서다. 조직위는 K팝 콘서트, 봉은사 경내 산책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상징성으로 치자면 문 대통령의 등장이 가장 강렬하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법조계에서는 조직위가 문 대통령에게 기조연설을 부탁했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만약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수락하면 2014년 일본 도쿄총회 이후 7년 만에 국가수반이 개회식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다. 기조연설은 일반적으로 개최 도시 시장이나 전직 국가수반이 해왔다. 변호사 자격은 문 대통령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도 갖고 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일정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대안은 있다. 법조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중심으로 인권과 법률산업 등을 주제로 200여 개 세션이 열린다. 현재 각 세션 주제발표자 및 패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개최국 이점을 살려 이번에 패널로 나서는 한국인 변호사는 역대 최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손도일 율촌 변호사는 “그동안 실력에 비해 다소 저평가받던 한국 변호사들이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공식 행사 이외에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알릴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애초 영동대로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거리 페스티벌 형식으로 리셉션을 열려고 했으나 안전과 비용 등의 문제로 장소가 코엑스 앞 광장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IBA 서울총회 조직위원장인 최정환 광장 변호사는 “IBA 참석자들은 각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변호사”라며 “이들이 각자 나라로 돌아가 의뢰인들에게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한국 투자가 늘어날 수 있기에 우리나라의 매력을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 변호사 초청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유엔 제재 위반 소지가 있어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 같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고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