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불거진 RCS 활용 민간인 사찰 의혹…총 213명에 사용
검찰 "국정원장 관여 증거 없어…민간인 사찰 없던 것으로 확인"
'국정원 민간인해킹 의혹' 원세훈 등 전원 무혐의…4년만에 결론
해킹프로그램인 RCS(Remote Control System)를 활용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원세훈·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이 전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는 지난달 23일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된 원 전 국정원장 등 29명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국정원이 RCS로 내국인을 해킹한 적이 있었는지였다.

RCS는 목표물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정보를 빼가는 수법을 사용해 채팅 내용, 마이크를 통해 입력되는 음성, 연락처·위치 정보, 스마트폰의 현재 화면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해킹 도구다.

검찰은 "RCS 사용 내역 일체(총 213명)를 확인한 결과 국정원은 대북 활동(201건), 대터러 활동(8건), 대공 활동(2건)에 사용했고 민간인을 사찰하기 위한 사용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내국인 4명, 국내 체류 외국인 1명에 대한 RCS 사용이 있었으나 이 또한 대북·대테러·대공활동 차원이었고, 내국인임을 인식한 시점에선 바로 RCS 사용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민간인 활용 여부를 떠나 검찰은 RCS 활용 대상자가 내·외국인지에 대한 구분 없이 국정원의 정보통신망 위반이 인정되며, 통화내용을 수집한 19건에 대해선 통신비밀보호법 위반(감청)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RCS 활용이 국정원 기술개발부서 부서장(국장급) 승인 아래 진행됐기에 국장 위에 있는 국정원장, 2·3차장이 관여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원 전 원장 등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유다.
'국정원 민간인해킹 의혹' 원세훈 등 전원 무혐의…4년만에 결론
RCS 활용에 책임이 있는 국정원 국장급 직원에 대해선 범죄가 인정되지만 입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RCS가 대북·대테러·대공 등 국익 목적의 정보활동을 위해 사용된 점, 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활용된 점 등을 고려해서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보안업체로부터 2012년 RCS를 구입한 사실은 2015년 7월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의 내부 자료가 해킹으로 유출돼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되면서다.

공개된 문서에서 국정원은 '해킹팀'에 RCS를 통한 카카오톡 해킹 기술 진전 사항을 물어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졌다.

민간인 사찰 의혹이 불거진 직후 국정원에서 RCS 도입 실무를 맡았던 임모 과장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2017년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국정원이 RCS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고, 임 과장의 사인은 자살로 결론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