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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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크게 유행했던 A형 간염이 10년 만에 다시 번지고 있다. 대전,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20~40대 환자가 크게 늘면서다. 환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잠복기가 길어 보건당국이 원인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의료기관을 통해 A형 간염으로 신고된 환자는 1만746명이다. 전수 조사를 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환자가 1만 명을 넘어선 것은 A형 간염이 크게 유행한 2009년(1만5231명) 이후 10년 만이다.

2009년에는 봄부터 유행하던 A형 간염이 가을·겨울 들어 뚝 떨어졌다. 그해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사람이 늘며 A형 간염 전파 속도도 느려졌기 때문이다. 올해는 매주 400~5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는 데다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전날 1만648명에서 하루 만에 98명의 신규 환자가 신고됐다. 환자가 몇 명까지 늘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전과 충청 지역에서 시작된 A형 간염 유행은 수도권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충북 옥천의 인구 10만 명당 환자는 176.3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원인으로 파악된 것은 중국산 조갯살로 만든 조개젓뿐이다. 서울의 한 식당, 병원 내 직원식당 등에서 밥을 먹은 뒤 단체로 A형 간염에 걸린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다. 질본 관계자는 “일부 환자가 먹은 것과 같은 조개젓에서 A형 간염 유전자가 나왔기 때문에 음식을 익혀먹는 등 감염 예방에 신경써야 한다”고 했다.

A형 간염은 환자의 분비물 등을 통해 전파된다. 평균 잠복기는 28일이다. 환자가 발생해도 잠복기인 최근 15~50일간 먹은 음식을 모두 조사해 공통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원인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올해 A형 간염 환자가 많은 연령은 30대(4000명), 40대(3938명), 20대(1461명) 순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 항체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예방접종도 받지 않은 연령대다. A형 간염 백신은 1997년 국내에 도입됐고 2015년부터 국가 필수 백신이 됐다. 국내 20대와 30대의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각각 12.6%, 31.8%다. 반면 50대 이상 장년층은 항체 양성률이 97%를 넘는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열이 나고 식욕이 줄어드는 등 감기 몸살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한다. 구토 복부불편감 등 소화기 증상도 흔하다. 드물지만 간이 제기능을 못해 이식 수술을 해야 하거나, 사망하는 환자도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