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무력시위 아닌 시험발사"…북미대화 재개시 발사 어려워
한미군사훈련 불만 표출…트럼프의 발사 용인 태도도 한 몫

북한과 미국의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발사해 주목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위적 국방력' 강화에 힘을 쏟겠다고 공언한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두고 서둘러 미사일 역량 강화를 위한 시험 발사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은 이날 오전 5시 6분, 5시 27분경에 북한이 원산 갈마 일대에서 동북방 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

지난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을 쏜 이후 엿새만이다.

일단 북한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회동에서 미국과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한 이후 회담에 나서지 않은 채 연이어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면서 북한에 진정한 대화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나온다.

北, 또 미사일 발사…작년에 못한 실험 몰아서 하나
그러나 북한이 발사를 단거리 미사일로 한정하고, 미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대화판을 깨려는 의도가 담겼다기보다는 통상적인 군사력 강화 차원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노딜 이후 시정연설을 통해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지속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으며, 이후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저강도 무력시위나 군사연습을 지속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북미 양국이 물밑에서 회담 재개를 위한 다양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어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은 북한 당국자가 지난주 비무장지대에서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를 만났으며, 매우 조만간 북미 협상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채널을 통해 한미 군사연습에 대한 입장을 주고받으며 회담 재개를 위한 논의도 지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도 이날 "이번 미사일 발사는 (무력시위보다는) 시험발사로 추정된다"며 위협이나 도발이 아닌, 무기 개발 차원으로 분석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5일보다 낮은 고도인 30㎞에서 비행했는데 이는 미사일의 요격 회피 능력과 저각 발사 때의 비행 성능 등을 시험하려고 발사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평가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이 미사일을 지난 5월 4일과 9일에 처음 발사했는데 이후에도 다양한 사거리와 고도에서 발사를 통해 성능을 확인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북한은 한국, 미국과 연이어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작년에는 미사일 발사실험을 전면 중단했는데, 하노이에서 미국과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북한이 여느 나라처럼 통상적인 훈련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점에 주목한다.

북한 입장에서 지속적인 미사일 개발은 앞으로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작년에 군사훈련을 한 번도 제대로 못 했다"면서 "만약 이번에도 협상 때문에 훈련을 안 했는데 하노이 때처럼 성과가 없으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감수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연말로 현상 시한을 정했기 때문에 5개월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며 "이번 발사는 미국과 협상하기 전에 자기들이 해야 할 것들을 하고, 상황이 아주 나빠질 경우에 대비한 압박 차원의 의미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北, 또 미사일 발사…작년에 못한 실험 몰아서 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형 미사일들을 시험했을 뿐"이라며 미국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발사실험을 계속하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위협이 아니라고 면죄부를 줬으니 북한이 한국의 군비 증강과 연합훈련을 명분 삼아 자신 있게 하계훈련을 하며 내부 결속과 군 사기 증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미군사훈련과 한국군의 F-35 스텔스기 도입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연일 한미군사훈련과 F-35 도입이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하는, 남북 군사합의에 위배되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F-35 도입 등에 대해 "조선반도에서의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북남 군사 분야 합의에 대한 난폭한 위반이며 북남관계를 또다시 과거로 되돌려 세울 수 있는 용납 못 할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北, 또 미사일 발사…작년에 못한 실험 몰아서 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