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소음·진동·재산피해 호소…이전후보지는 미정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유운리·삼계리 주민들은 2000년 7월 시내 중심가에 있는 육군 항공부대로 인해 소음·재산피해를 보고 있다며 군부대 이전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청와대·국방부·경기도·용인시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부대에서 300여m 떨어진 포곡초·포곡중 학생들이 헬기 소음 때문에 평소 수업에 어려움을 겪은 내용을 빼곡히 담은 편지도 첨부됐다.

주민들은 다음 해 11월 마을과 인접한 에버랜드 스포츠센터 주차장에 모여 결의대회를 열어 헬기장 이전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요구에도 부대 측은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이유로 이전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주민들의 숙원인 헬기부대 이전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44년 도심지 주둔 용인 육군항공대 이전하나…시장공약사업 추진
그러나 항공부대가 주둔한 지 44년, 주민들이 탄원서를 제출한 지 19년째인 올해 용인 육군항공대 이전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제3야전군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의 백군기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뒤 올해 공약 실천에 나섰기 때문이다.

백 시장 공약에 따르면 용인시는 육군항공대 이전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항공대 부지에 2025년까지 관광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군부대로 인한 소음·진동으로 수십 년째 지속하는 주민들의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줄이고, 낙후한 동부권 지역을 관광도시로 개발해 균형 있는 도시 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 사업 목표이다.

육군항공대 이전에 대해 국방부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용인시는 전했다.

국방부가 작전성 검토를 완료했고, 이에 용인시가 이전승인을 받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 중이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용인시는 올해 4월 '주변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했다.

육군항공대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 규모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사가 시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 1월 용역이 완료되면 용인시와 국방부는 이전을 위한 합의각서 작성·승인, 군사시설사업 시행자 선정, 민간사업자 선정, 군부대 이전, 양여부지 도시개발사업 등 절차를 이행할 계획이다.

항공대 이전이 추진된다는 소식에 그동안 피해를 호소하던 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년 넘게 항공대 이전 운동을 해온 정혜원 포곡관광발전협의회장은 "주민 숙원인 군부대 이전사업에 대해 국방부가 공감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어 희망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백 시장이 약속한 대로 임기 내 군부대 이전이 완료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용인시는 이전사업이 미칠 파장을 고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

수원 군공항처럼 다른 시·군으로 이전이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용인시 내로 군부대가 이전할 수밖에 없어 이전 후보지 주민들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군부대 이전이 원칙이긴 하지만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전이 맞는지, 아니면 부대를 존치하면서 소음·진동 피해 등을 해결해 주민과 상생하는 게 맞는지를 판단해 이전사업의 방향을 재설정할 수도 있다"면서 "용인시 내부 이전으로 인한 주민 피해 재발이 가장 염려된다"고 말했다.

용인 항공부대는 1975년부터 포곡면 전대리 일대 10만여평 부지에 주둔, 반경 4㎞ 내인 전대·둔전·삼계·영문·유운·신원리 등 6개 마을이 군사시설보호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진동 피해뿐 아니라 군사시설보호법으로 인한 규제로 상권을 거의 형성하지 못해 마을 옆 국내 최대 위락시설인 에버랜드의 경제적 특수를 전혀 얻지 못해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