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車업계 '노조 리스크'

다시 파국 조짐 보이는 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기본급 8%(15만3335원) 인상, 노조원에게만 특별수당 지급 등이 담긴 ‘2019년 임금 요구안’을 내놨다. 사측과 노사 상생 선언을 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강성모드’로 돌아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 노조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한경DB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기본급 8%(15만3335원) 인상, 노조원에게만 특별수당 지급 등이 담긴 ‘2019년 임금 요구안’을 내놨다. 사측과 노사 상생 선언을 한 지 한 달여 만에 다시 ‘강성모드’로 돌아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3월 노조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한경DB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이 기본급 대폭 인상(8%)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원에게만 임금을 더 달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놨다. 1년간의 협상 끝에 겨우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하고 노사 상생 선언을 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간 312시간가량 파업한 ‘르노삼성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기투항’ 한 달 만에 돌변

2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최근 ‘2019년 임금 요구안’을 확정해 사측에 전달했다. 상급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개별 기업 노조인 이 회사 노조는 기본급 15만3335원 인상을 요구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보다 훨씬 많다. 지난달 초까지 기본급 인상(10만667원)을 요구하다 ‘백기 투항’했던 노조가 한 달여 만에 더 ‘센’ 안을 다시 들고나온 것이다.

노조원에 대한 임금 추가 지급도 요구했다. 명목은 ‘노사화합수당’이다. 노조원에게만 매년 통상임금의 2%를 따로 수당으로 달라고 주장했다. 노조원과 비(非)노조원을 차별 대우해달라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원과 비노조원에 대한 통상임금 차등 지급 요구는 금속노조 산하 강성 노조들도 거론한 적이 없는 어이없는 주장”이라며 “노조원 수를 불리기 위한 전략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 달 전 타결된 2018년 임단협 협상 때 무노동·무임금 적용자(파업 참가자)에게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기로 하면서 ‘노노(勞勞) 갈등’을 빚기도 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또 2015년 도입한 임금피크제 폐지를 요구했다. 여기에 △안전환경 수당 △2교대 수당 △서비스 수당 △문화생활비 등 각종 수당 인상 및 신설을 주장했다. 신차 출시금(기본급 100%)과 타결 격려금(200%), 상생 격려금(100만원) 등 1000만원 안팎의 일시금도 달라고 했다. 가족의 치과 치료비 150만원을 지원해달라는 요청도 요구안에 담았다.

회사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조가 8개월간 312시간가량 파업을 벌인 지난 임단협 협상 때보다 과도한 요구안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 노사는 다음달 13일께 본교섭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무리한 임금 인상을 요구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단독] 르노삼성 노조, 한 달 만에 돌변…"노조원만 수당 더 달라" 요구

수출 물량 확보에 ‘빨간불’

완성차업계에선 르노삼성 사태의 ‘후반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노조가 기본급 인상 및 노조원에 대한 임금 추가 지급 등 ‘센’ 요구를 내건 만큼 투쟁 수위를 높일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면 파업과 부분 직장폐쇄 등 극한으로 치달았던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조 리스크로 ‘생산절벽’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 상반기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은 8만1971대로 전년 동기(12만1760대)보다 32.7% 급감했다. 노조 파업으로 생산일수가 줄어든 데다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은 탓이다.

수출 물량 확보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로그(르노삼성이 수탁생산하는 닛산 스포츠유틸리티차량)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로그는 부산공장 생산량(작년 기준 21만5680대)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르노삼성은 11월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XM3를 연간 8만 대가량 유럽에 수출해 ‘활로’를 뚫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본사는 묵묵부답이다. 르노 본사는 되레 이 물량을 인건비가 싸고, 노사 관계가 안정적인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갈등이 또 불거져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르노 본사가 부산공장에 배정하는 물량을 더 줄여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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