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불로 발생한 재산피해를 보상하는 방법을 놓고 정부와 이재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이재민들은 정부 예비비로 부족한 지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면 무리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재민 "예비비로 지원 늘려달라"…전문가 "긴급상황 대비 함부로 써선 안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강원 산불로 발생한 공공·사유 재산피해는 1291억원, 중소상공인들이 신고한 피해액 1360억원을 더하면 모두 2651억원에 달한다. 이재민 수는 1518명이다. 이를 복구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2080억원, 이 중 이재민들의 주택·농지 등 사유재산 복구에 직접투입된 비용은 이달 초까지 127억원, 희망근로 등의 간접지원은 221억원이다. 국민성금은 모금된 561억원 가운데 490억원이 두 차례에 걸쳐 분배됐다.

이재민들은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핵심인 주택복구비는 주택 전소 시 정부 지원금 1300만원과 강원도 지원금 2000만원, 국민성금 3000만원 등 6300만원이 전부였다. 지난 23일 국민성금 2차 지원으로 최대 4500만원이 추가 지원되면서 다소 숨통이 트였다. 중소상공인에게는 정부 지원 융자 2억원과 국민성금 지원 최대 3500만원이 나왔다. 피해액이 큰 이재민들은 이런 지원만으로는 피해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추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속초·고성 산불이재민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서울과 강원 속초시, 전남 나주 등지에서 보상안 개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벌인 집회만 30회가 넘는다. 비대위는 6월 300여 명의 이재민과 함께 청와대로 몰려가 직접 보상개선 요구안을 전달했다. 지난 11일에는 한국전력 나주 본사에서 피해보상 개선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집회마다 “정부의 긴급복구비 1853억원은 산림과 공공시설물 복구에 쓰도록 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재민에 대한 직접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이재민은 정부가 피해 복구비를 예비비로 먼저 지급한 후 산불 원인을 제공한 한국전력에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편성한 1조8000억원가량의 재난목적 예비비 가운데 일부만 먼저 지출해도 이재민들의 생활 환경이 크게 개선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행정 전문가들은 한전의 책임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데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김상헌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전 책임에 따른 피해 보상은 민사소송을 통해 가려야 할 부분”이라며 “예비비 역시 앞으로 닥칠 수 있는 태풍, 지진 등의 긴급상황에 사용해야 하는 만큼 이재민들에게 무작정 지급하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들도 각종 지원을 합하면 이재민들의 피해 지원에 들어가는 총액이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다. 조립형 임시거주주택 비용(110억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원하는 임대주택 마련 자금, 소상공인에게 지원되는 저금리 융자지원 등을 계산하면 지원액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속초=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