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틀 닦은 박운서 前 차관 별세
박운서 전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24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0세.

고인은 1939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58년에 대구 계성고, 1963년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6회로 공직에 입문해 청와대 경제비서관, 공업진흥청장 등을 거쳐 1994년 통상산업부 차관을 지냈다.

관가에서는 ‘타이거 박’으로 통했다. 1983년 상공부 통상진흥국장 시절 일본 대표단과 협상하면서 단호한 태도를 보여 얻은 별명이다. 고인은 통상분야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고인을 회고하며 “박 전 차관은 ‘우리나라엔 통상분야 여성 인재가 전무하다’며 여성 인재를 적극 영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993년 말 다른 부처에서 처음으로 여성 사무관 3명을 영입했고 유명희 현 통상교섭본부장도 1995년 총무처에서 통상산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고인은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사장을 거쳐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요청으로 데이콤(현 LG유플러스) 대표를 맡았다. 적자에 허덕이던 데이콤을 흑자로 바꾼 뒤 2003년 은퇴했다. 2005년엔 필리핀 오리엔탈 민도로섬에 사는 원주민인 망얀족을 찾아 봉사했다. 10여 년을 필리핀 밀림에서 원주민과 지내며 교회를 세워 선교활동을 하고 벼농사법 등을 가르쳤다. 2015년에는 현지에서 큰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굳센 의지로 이겨내고 다시 선교 지역으로 복귀했다.

유족은 부인 김옥자 씨와 아들 찬준·찬훈·찬모씨가 있다. 빈소는 고인의 유해가 국내로 운구되는 대로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