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윤 신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2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윤 신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 일성으로 “정치 경제 분야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했던 그가 앞으로도 기업과 정치인 등 수사에서 고강도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경제질서 지키는 데 집중할 것”

윤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취임식을 하고 제43대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키는 데 법집행 역량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 △우월적 지위 남용 등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석열호의 첫 인지 수사로 기업 담합 등 공정거래 사건을 꼽았다. 최근 입찰담합 의혹이 제기된 일부 대기업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평소 공정거래 사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윤 총장은 중앙지검장 재임 시절 공정거래조사부를 4차장 산하에서 특별수사를 전담하는 3차장 산하로 재편했다. 특수부와 연계해 신속하고 완성도 있는 기업 수사를 하기 위해서다.

이번 취임사에서도 “시장기구가 경제적 강자의 농단에 의해 건강과 활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 헌법 체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문무일 전 총장 체제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는 윤석열 체제에서 2라운드를 이어가며 장기화할 전망이다.

정치인 수사도 산적해 있다. 검찰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과정에서 여야 국회의원 109명이 고소·고발당한 사건을 수사 중이며, 윤 총장은 내년 총선도 관리해야 한다. 다만 윤 총장이 현 정부에서 ‘기수 파괴’를 거듭하며 승승장구했고, 박근혜 이명박 두 전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한 만큼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극복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패스트트랙 수사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사건 재수사가 윤석열 체제 중립성을 가늠할 시험대로 보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는 침묵

윤 총장은 취임사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반면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조직의 논리보다 국민의 눈높이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달라”며 “국민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라든지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검찰권도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인 만큼 국민들을 잘 받들겠다”고 답했다.

법조계에선 향후 수사권 조정 문제 등을 두고 윤 총장이 청와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총장은 공수처나 검찰 직접수사 축소 등 검찰개혁의 큰 틀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등 수사권 조정안 일부 내용에는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표적 검찰 개혁론자인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차기 법무부 장관 기용이 확실시되는 만큼 조 수석과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아직 윤 총장의 선배 검사 8명이 검찰에 남아 있는 만큼 이들과 화합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는 것도 그의 과제다.

이인혁/박재원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