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 “일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나왔다."

퇴사의 이유 4화 역시 사람 때문에 조직을 떠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한 백화점 F&B팀 바이어로 근무하다 사직서를 낸 최모 주임이 그런 사례입니다. 이 백화점에는 팀원 3명을 차례대로 퇴사하게 만든 ‘퇴사 유발자’ 과장이 있다고 합니다. 과장은 팀에서 실질적으로 팀장 역할을 맡고 있었는데요. 회사를 그만둔 팀원들은 과장의 히스테리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히스테리가 어느 정도기에 팀원들이 줄줄이 떠나는 것일까. 최 주임은 “과장은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고 자기 기분을 그대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그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팀원들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게 최 주임의 얘기입니다. 기분이 좋은 날에는 순탄하게 하루를 보냈지만, 기분이 나쁜 날에는 아침부터 회의를 소집한 뒤 팀원들을 돌아가면서 혼냈다고 합니다. 팀원들은 과장이 왜 기분이 나쁜지도 모른 채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뺐다네요.

입사 10년차 정도 된 과장이지만 팀원들에게 자신을 마치 ‘로열 패밀리’ 대하듯 의전하길 요구했다고도 합니다. ‘운전 의전’이 대표적이었는데요. 업무상 맛집을 찾아 출장을 가게 되면 막내인 최 주임이 운전을 해서 과장을 모시고 지방에 내려가야 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차 내부가 뜨거워져 있기 때문에 과장이 불편하지 않도록 미리 차에 에어컨을 틀어 차갑게 식혀놓는 게 필수였습니다. 차가 시원해진 뒤에는 과장이 열걸음 안에 탈 수 있는 위치에 차를 대놓고 기다렸다가 모시고 출장을 갔다고 합니다.

출장지로 가는 길도 과장의 마음에 드는 길로 다녀야 했습니다. 최 주임은 “과장이 선호하는 길이 따로 있어서 그 길로 가지 않고 내비게이션을 따라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고 말했습니다. 한 번은 최 주임이 실수로 과장이 좋아하는 길이 아닌 내비게이션대로 운전을 했더니 과장이 욕을 하며 소리 지르더랍니다. 땅콩회항이 따로 없는 ‘상사 갑질’이었는데요. 최 주임은 “땅콩회항은 오너 일가이기라도 했다”며 “이 과장은 같은 회사원이면서 자신이 조금만 불편하면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 내가 누군줄 알고’ 식의 태도로 윽박을 질러댔다”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이런 ‘의전’은 계속됐습니다. 한 번은 점심시간에 팀원들이 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그런데 과장이 “쌀국수 먹자”고 하기가 무섭게 한 대리가 미친듯이 달려가더랍니다. 최 주임은 어안이 벙벙해서 보고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대리는 미리 쌀국수집에 뛰어가 자리가 있는지 확인한 뒤, 좋은 자리를 잡아 테이블 세팅까지 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과장의 말에 최 주임은 더욱 놀랐습니다. 과장은 “처음이니까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앞으로는 우리가 식사를 하러 가게 되면 막내는 제일 먼저 뛰어가서 자리를 맡아놔야 된다”고 했다네요.

과장이 불시로 벌이는 ‘복장검사’도 회사생활을 힘들게 했답니다. 앉아있는 부하직원의 재킷을 들춰본 뒤 저가 브랜드를 입고 있으면 “왜 백화점에서 팔지 않는 싸구려 옷을 입느냐”며 면박을 주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바이어라면 백화점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는데요.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팀원들이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재킷 목 뒷부분이나 안쪽 라벨을 갑자기 들춰본뒤 “싸구려 옷을 입었다”며 조롱하듯 비난하는 것은 팀원 모두가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팀원들이 하나 둘 나가 떨어지면서 팀 자체가 해체되는 위기에 처했다고 합니다. 최 주임은 “과장 본인은 학벌도 좋고 나름대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인성은 팀워크를 파탄내는 수준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조직 인사에서 스펙이나 능력 뿐 아니라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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