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의원…시사평론가로 활동
총선 낙선 후 우울증 치료 받아
자택서 유서 발견…부인이 신고
'비운의 MB 책사' 정두언 前의원, 숨진 채 발견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정두언 전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이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탄생시킨 ‘왕의 남자’에서 보수의 비판자로, 다시 시사평론가와 일식집 사장으로 변신하며 여의도에서 ‘풍운아’로 불렸지만 삶의 부침을 반복하며 생긴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정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한 공원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남편이 유서를 써놓고 집을 나갔다”는 정 전 의원 아내의 신고를 받고 드론(무인항공기)과 구조견 등을 투입해 예전에 살던 집 인근을 수색하던 중 그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우울증 등으로 괴로워하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서를 토대로 정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 급성 우울증이 왔었다”고 밝힌 적 있다.

정 전 의원은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서울 서대문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을 했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최측근이었다. 경쟁자였던 박근혜 후보의 ‘공격수’로도 나서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불렸다.

한때 ‘왕의 남자’로 불린 그는 이후 이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인사 전횡 등을 폭로하며 이 전 대통령과 갈라섰다. 2012년엔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됐다.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때 우울증이 심해져 치료를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엔 정치를 접고 시사평론가로 종횡무진 활동했다. 그는 “방송 체질이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논객이 됐다”며 “이거라도 안 하면 우울증에 걸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록밴드를 했던 그는 정치인으로 있으면서 네 차례 음반을 내고 ‘가수 의원’으로도 불렸다. 드라마 단역 오디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의원일 때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꼭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엔 재혼과 함께 서울 마포구에 퓨전 일식집을 개업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고인과 가까웠던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울증을 숨기지 않고 치료받은 것으로 아는데, 이런 선택을 해 충격적이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내고 “정계은퇴 이후 합리적 보수 평론가로서 날카로운 시각과 깊이 있는 평론으로 입담을 과시한 그를 많은 국민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17일 오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차려진다. 발인은 19일이다.

고은이/이주현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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