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高 교사의 탄식

교사에 연수·자격증 취득 압박
학생과 시험 같이 보는 경우도
설익은 현장실습 규제 강화로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이 급락하자 직업계고 교사들의 불만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난 서울의 한 직업계고 A연구부장도 정부의 직업계고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A연구부장은 먼저 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직업계고 학과 개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는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91개 직업계고 125개 학과의 개편을 지원할 예정이다.

"가르칠 교사도 없이 드론·반려동물학과 만들라니…"

A연구부장은 “반려동물과 뷰티케어과 베이커리경영과 등 학생들이 관심을 둘 만한 과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내실은 전혀 없다”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와 보여주기식 정책에 급급한 교육부가 뜻이 맞아 탄생한 공허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토목과나 전기과 등에 지원하는 학생이 없다 보니 일선 학교는 소위 ‘뜨는’ 학과 신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A연구부장은 “사범대에서 반려동물 또는 드론에 대해 공부한 교사가 없는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연수를 받은 교사와 학생이 자격증 시험을 함께 준비하고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는 사례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시대에 발맞춰 직업계고에 드론학과를 개설한다는 정책은 한마디로 코미디”라며 “보기엔 그럴싸해 보여도 국내에서 드론학과 졸업생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직업계고에 진학한 뒤 기대와 다른 학교 분위기와 낮은 취업률을 현실로 접한 학생들은 앞다퉈 학교를 떠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특성화고에서 일반고로 전학 간 학생만 777명에 달했다. A연구부장은 “한 반 정원이 26명인데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으니 절반을 겨우 채우는 상황”이라며 “그중 조퇴, 결석, 지각하는 학생들을 빼면 한 반에 10명도 안 되는 아이들이 남는다”고 말했다.

박종관/정의진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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