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스트먼트 도용환 회장 "投資報國 정신 살려 자본수출시대 열 것"
“사모펀드(PEF) 업계에 뛰어들어 20년간 살아남은 비결은 외국계가 휩쓴 자본시장에서 국내 투자자본도 과실을 누리게 하겠다는 ‘대의 명분’을 따른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종 PEF의 맏형격인 스틱인베스트먼트의 도용환 회장(사진)은 지난 12일 스틱 창립 2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투자를 통해 국가에 기여한다는 ‘투자보국’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 회장은 국내 PEF 관련 제도가 없던 1999년 ‘스틱IT벤처투자’를 세워 4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벤처펀드로 사업을 시작해 20년 만에 누적 운용자산 6조5768억원의 대형 PEF를 일궈냈다.

스틱은 현대자동차그룹 이노션의 일부지분 인수, 한화그룹 시스템통합(SI) 계열사 한화S&C의 소수지분 인수 등 주로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해 오너의 ‘백기사’ 역할만 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도 회장은 “대기업 구조조정 지분 인수는 외국계 PEF와 경쟁을 벌여 기회를 따낸 투자”라며 “스틱이 아니었다면 투자 수익은 모두 글로벌 대형 PEF가 독식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너를 위해 투자한 게 아니고 스틱 펀드에 투자금을 댄 국내 연기금 기관의 투자수익, 인수 기업의 장래성과 사회적 역할을 다 같이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 회장은 20년간 다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앞으로 대형 경영권 인수(바이아웃)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내 투자자본의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도 회장은 “대형 기업 경영권 인수는 한 번 잘못하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조심스러웠다”며 “지금까지는 망하지 않는 게 목표였다면 앞으로는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투자자본의 해외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도 회장은 “미국이 대규모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지만 자본 수출로 돈을 벌고 있고 일본도 세계에 깔아 놓은 자산이 있어 걱정을 안 한다”며 “한국도 국민연금 자산이 700조원을 돌파하는 등 투자자본이 쌓이고 있는데 안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선 빠른 성장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인프라와 부동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도 회장은 “늦어도 다음달 조성을 끝낼 1조2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는 해외 자산을 인수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운용할 예정”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도 5억달러 규모의 해외 전용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 회장은 후계구도 마련을 통해 세대교체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장기로 투자하는 PEF 업계에선 10년 후의 얘기를 자신 있게 해야 하는데 우리 세대로서는 이게 어렵다”며 “과감한 발탁 승진 등 우수 인재 영입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