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들이주민·여성으로서 겪는 불편 크지만 "적응 위해 희생"
[결혼이주여성인권] ③"한국 사람 친절해요" 말 속에 숨은 애환·상처

"제가 운이 좋았는지, 제가 만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해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
외국인이자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 차별을 호소할 법한데,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만난 이주여성들은 오히려 한결같이 한국 사람들을 칭찬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십수 년 한국 생활이 순탄치는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이주여성의 고충이 개인적인 수준이 아니 사회 구조적 문제라는 방증이다.

한국으로 이주한 지 12년 된 베트남 이주민 김모(33·여)씨는 남편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가 아파 치과에 갔다가 벌어진 일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치아가 아파 칭얼대는 아이를 치과에서는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

병원 측은 "한국인 보호자가 와야 한다"는 소리만 반복해 김씨를 속상하게 했다.

공공기관에서 행정업무를 처리할 때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뗄 때도, 비자를 연장할 때도 남편의 동행이나 허락이 없으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보니, 김씨는 이주 후 약 4년 동안은 남편 없이는 밖에도 나가지 않다가 아이를 키우기 위해 할 수 없이 한국 세상에 나서 직접 부딪치기 시작했다.

김씨는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을 지켜보며 "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속상한 게 많다"며 "오히려 이주 여성들을 비난하고, 다문화 지원을 끊으라는 글을 보면 아직도 이주민들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인권] ③"한국 사람 친절해요" 말 속에 숨은 애환·상처

이주한 지 약 19년 된 중국 출신 소모(48·여)씨는 다문화센터에서 일하며 직업에서도 차별받는 이주여성들을 무수히 봐왔다고 털어놨다.

한국인 신분을 취득해도 식당이나 공장 등 힘들고 박봉의 일자리만 구할 수 있고, 임금 차별이 당연하듯 만연하다는 것이 소씨의 불만이다.

한국에 이주한 지 오래되면서 자녀들이 커가면서 교육에 대한 걱정도 쌓여간다.

유치원부터 대학진학까지 이주여성들은 한국 학부모보다 진학 정보를 접할 길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학교 진학률은 의무교육인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100%에 근접해도 고등학교, 대학으로 갈수록 국내 평균 비율과 비교해 매우 낮다.

소씨는 특히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이 이주 초년생에게만 집중돼 이주한 지 십수 년이 지났어도 불편은 여전한데 도움받기 힘든 점도 불편함으로 꼽았다.

광주 북구에 거주하는 베트남 이주여성 김모(29)씨는 이혼 후 홀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전기와 도시가스가 끊길 상황에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남편이 답답해 이혼했다.

김씨는 "제가 만난 한국 사람들이 모두 친절했다"고 말했지만, 식당·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버티는 홀로서기는 순탄치 않았다.

그는 "베트남 교포의 폭행 사건이 같은 이주여성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며 "아직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사기당하는 주변 여성들이 많아 사회에 내딛는 발길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고 말했다.

한국에 이주한 지 21년째인 일본 출신 곡성 주민 마쓰모토 마사에(48·여)씨는 "언어장벽이 높아 결혼 초기 부부 갈등을 겪는 이주 여성들이 많다"며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면 자신을 감추고, 자기희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사회적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희생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지 못하면 지역사회에 동화될 수 없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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