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틀 만에 사측 '임금 동결' 방침 바꾸자 협상 급진전
노조 몰아세우던 시장·사장, 노조 반발에 달래기 모드 급전환
장기화 우려됐던 부산지하철 파업, 전격 철회 배경은

장기화 조짐을 보였던 부산지하철 파업이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노사 협상 타결에 따라 11일 밤 철회됐다.

임금인상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노사가 임금·단체 협상을 타결지은 것은 임금 동결을 고수했던 부산교통공사가 0.9% 인상안을 제시, 노조에 파업을 풀 명분을 줬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지하철 노사는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등을 돌렸다.

노조는 곧바로 10일 새벽 첫 전동차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출퇴근 시간(오전 7∼9시, 오후 6∼8시)에는 전동차가 보통 때처럼 정상 운행됐지만, 다른 시간대에는 운행 간격이 늘어나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장기화 우려됐던 부산지하철 파업, 전격 철회 배경은

파업 돌입 이틀째인 11일 오전까지 노사는 비공식 대화 채널도 끊긴 채 추가 협상 일정도 잡지 못했다.

파업이 장기화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핵심 쟁점인 임금인상률을 놓고 노사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9일 마지막 교섭에서 노조는 당초 4.3%에서 정부 지침인 1.8% 인상으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사용자 측인 부산교통공사는 '임금 인상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며 꿈쩍하지도 않았다.

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열악한 재정 여건을 내세웠고, 공사 직원 임금이 다른 도시철도 운영 공기업 임금보다 높다는 점 등으로 노조를 압박했다.

노조 측은 매년 300억원이 넘는 통상임금 증가분과 70억원에 이르는 휴일수당을 신규 인력 채용 재원으로 양보했다며 1.8% 임금인상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섰다.

사용자 측의 강경한 임금 동결 입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민에게 보낸 메시지와 이종국 부산교통공사 사장이 올린 SNS 글 때문에 누그러졌다.

오 시장은 파업이 결정된 9일 밤 부산시민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은 다른 공기업 임금보다 높은 게 현실이고 부산교통공사는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이 지하철 파업을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다.

장기화 우려됐던 부산지하철 파업, 전격 철회 배경은

이 사장은 파업 첫날인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조의 무리한 요구, 부산시민을 상대로 전쟁을 하자는 것입니다.

단호히 막아냅니다.

적폐를 들어내고 정상적으로 돌려놓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사장은 "다른 동종 기관에 비해 과한 공사 임금체계를 적폐라고 한 것이지, 노조나 파업을 적폐라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합법 파업을 적폐로 몰았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사용자 측은 결국 11일 오전 교섭 대표인 박영태 안전혁신본부장을 노포차량기지창으로 보내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이어 박 본부장이 오후 2시께부터 임은기 노조 사무국장과 비공식 대화하면서 끊겼던 협상 채널이 복원됐다.

'조건 없는 진지한 대화' 자리에서 노사 양측이 핵심 쟁점인 임금인상률에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노조 파업에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던 오 시장과 임금 동결을 강하게 주장했던 이 사장이 이때 박 본부장에게 '노조 요구를 다 들어줄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임금 인상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이미 협상이 급진전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노사는 11일 오후 6시 30분께 본 교섭을 재개했고, 오후 10시께 임금·단체협상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로써 2년 10개월 만에 강행된 부산지하철 파업은 이틀 만에 철회됐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