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집행부가 추진해온 조합비 인상이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과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확충한 재원을 금속노조 의무금 납부와 파업 참가 조합원 지원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그룹으로의 인수 반대 투쟁 수위를 높일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 노조가 8~10일 진행한 조합원 총회(투표)에서 2019년 임금·단체협약 관련 파업 안건은 투표자 92% 찬성, 조합비 인상 안건은 72% 찬성으로 모두 가결됐다.

대우조선 노조는 조합비를 평균 70%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산출 기준을 기본급의 1.5%에서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기준인 통상임금의 1.5%로 바꾸는 방안이다. 이 안이 통과되면 조합원 1인당 한 달 평균 3만 2970원씩 내던 조합비가 5만6631원으로 71.8% 상승한다.

노조 집행부는 “매각 반대 투쟁 등에 있어서 금속노조의 지원을 제대로 받으려면 금속노조 의무금도 제대로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조합비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조합원들을 설득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해 6월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하지만 통상임금의 1%에 해당하는 금속노조 의무금은 아직까지 내지 않았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재 연간 21억7000만원의 총 조합비 가운데 전임자 임금으로 9억4000만원을 지급하고 남은 12억4000만원을 사업비로 쓰고 있다. 통상임금의 1%(8억원)까지 내게 되면 사업비가 4억2000만원 밖에 남지 않는다.

이번 조합비 인상 안건 통과로 총 조합비는 37억3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전임자 임금과 금속노조 의무금을 빼면 사업비로 19억8000만원이 남는다. 대우조선 노조는 “매각 반대 투쟁을 강화하려면 파업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쟁의기금 등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사업비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우조선이 공기업이 돼야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대우조선 노조 집행부가 의무금 납부를 통해 금속노조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속노조의 조직은 지역별 ‘지부’ 산하에 개별기업 노조가 ‘지회’로 편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대규모 사업장 노조에 예외적으로 지부 지위를 주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재 경남지부의 한 지회이며 의무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면 지부로 격상될 전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