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범행동기 참작 여지없으나 정신질환 고려"

말다툼 끝에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에게 법원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범행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별로 없다"면서도 조현정동장애를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양형했다.

조현정동장애는 일반적인 조현병보다 증상이 심하고 치료가 어려운 정신질환이다.

증상이 심할 때는 충동 조절이 잘 안 되고 망상이나 환청 주제에 따라 실제 행동에 옮길 수 있다.

말다툼하다 친부 잔혹 살해 20대에 징역 12년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영환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28)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20년간 전자발찌 부착과 이 기간 정신질환 치료를 명령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3일 오후 7시께 의정부시내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 B(56)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조현병 증세를 보였다.

할머니가 자신에게 남긴 유산을 부모가 가로채려 한다고 생각했다.

부모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망상에 방문을 잠그고 생수만 사다 마셨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응급실에 실려 갔으며 조현병 진단을 받고 정신과 병동에 입원, 두 달가량 치료받고 퇴원했다.

그런데도 A씨는 병실을 감옥으로 생각해 자신을 입원시킨 부모에게 강한 불만을 가졌고 증세는 악화했다.

A씨는 지난 3월 1일 B씨로부터 "더 큰 병원에서 치료받자"는 말을 듣고 앙심을 품었으며, 우연히 B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고 사흘 뒤 자신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고 생각했다.

A씨는 3일 B씨에게 따지려고 부엌에 갔다가 "또래와 달리 집에서 놀기만 하냐"는 핀잔을 듣자 말다툼을 벌였고, 담배를 사겠다며 신용카드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격분해 주변에 있던 흉기로 B씨의 전신을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A씨는 "아버지가 다쳤다"고 스스로 경찰에 신고한 뒤 자해해 쓰러져 검거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사소한 문제로 아버지와 말다툼하다 격분해 살해, 범행 동기에 참작할 여지가 별로 없다"며 "죽어가는 아버지를 확실히 살해하고자 재차 흉기를 휘두르는 등 범행 방법도 잔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정신질환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가족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며 "다만 정신과 치료를 확실히 받지 않으면 살인 범죄를 또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판단,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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