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지역 13개 자율형사립고를 마지막으로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 자사고 평가가 모두 마무리됐지만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내년에도 전국에서 16개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를 받는 데다 정부에 따라 자사고 정책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사고 전신인 자립형사립고와 특수목적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보고 설립을 엄격히 제한했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 100개, 기숙형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육성을 목표로 하는 ‘고교 다양화 300’ 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사고 설립을 적극 장려했다. 획일적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우수한 인재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고교 입시가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힘입어 2010년 이후 54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됐다. 박근혜 정부도 보수 정권으로서 자사고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자사고 폐지 논란은 5년 전인 박근혜 정부 시절 이미 시작됐다. 2014년 처음으로 서울교육감으로 당선된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는 고교 서열화를 심화하고 교육 불평등을 초래한다”며 14개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6개 학교를 무더기로 지정 취소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의 교육부는 조 교육감의 결정을 직권취소했다. 교육청과 교육부 간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 사건은 대법원이 교육부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100대 국정과제로 내세우면서 자사고 폐지 정책을 본격화했다. 문재인 정부 교육부는 2017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위한 3단계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1단계는 지난해부터 적용된 일반고와 자사고의 입학전형 동시 시행이다.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은 2단계에 해당한다. 3단계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 체제 개편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논란은 ‘효율’과 ‘평등’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 이견이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실력이 다른 학생에게 수준별 학습을 제공해야 교육적 효과가 배가된다는 보수 진영의 논리와 모두에게 똑같은 학습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진보 진영의 이념적 충돌이 발생하면서 자사고 폐지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