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태·김두진 길병원 간이식팀

기증자 수술에 내시경 활용
흉터와 부작용 부담 줄여
"생체간이식 수술서 제일 중요한 건 안전…'사망률 0' 기록 지켜나가는 병원 될 것"

올 4월 중순 61세 간암 환자 A씨가 인천 길병원을 찾았다. 간암이 재발한데다 간경화까지 진행돼 이식수술이 꼭 필요했다. 가족 중 한 명이 기꺼이 간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24일 오전 8시 기증자인 37세 B씨가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 간이식팀은 복강경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 후 상처와 기증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아랫배에 작은 절개창을 내고 내시경 기구를 넣어 간 일부를 떼어 냈다. 같은 시간 환자인 A씨도 옆방 수술대에 누웠다. 병든 간을 떼어 낸 뒤 옆방에서 건네준 건강한 간의 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기증자 B씨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수술 열흘째 되던 5월 4일 퇴원했다.

수술을 집도한 길병원 간이식팀 김두진 외과 교수(사진 오른쪽)는 “뇌사자 이식과 달리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증자가 100%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수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증자 복강경 수술은 상처가 작고 감염 위험이 적지만 어려운 수술”이라며 “해부학적으로 적합한 기증자에게만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대상자를 신중히 선택한다”고 했다.

간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장기다.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해 아직 이를 대체할 인공 장기는 개발되지 않았다. 간이 제기능을 못하는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것이다. 급성 전격성 간염이나 간경화로 말기 간기능 부전을 앓는 성인 환자가 이식 대상이다. 선천성 간경화나 담도폐쇄증, 대사성 간부전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 환자들에게 이식을 해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원칙적으로는 뇌사자 간을 이식받아야 한다. 하지만 장기 기증을 꺼리는 한국은 적합한 기증자를 찾는 것이 어렵다. 이 때문에 발전한 것이 살아있는 가족의 간을 일부 떼어 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다. 최상태 길병원 간이식팀 외과 교수(왼쪽)는 “뇌사자 이식은 중증도가 높을수록 대기 순서가 앞서 빨리 이식받을 수 있다”며 “2주 안에 돌아가실 정도의 중증도가 돼야 하기 때문에 수술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생체 간이식 환자보다 이식받는 환자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간은 일부를 떼어 내도 2주 정도면 원래 기능을 회복한다. 생체 간이식은 이 점을 착안해 살아있는 기증자 간의 일부을 떼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수술받아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윤리적 문제가 남아 있다. 더욱이 기증자는 배에 큰 수술 자국 흉터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 기증자 복강경 간 절제술이다. 배를 크게 가르지 않고 작은 절개창으로 혈관, 담도 등을 모두 살려 간을 떼어 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 난도가 높다. 김 교수는 “모든 기증자가 복강경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간이 작을수록, 혈관이나 담도 등의 변이가 없을수록 좋다”고 했다.

국내 생체 간이식 1년 생존율은 90~95%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간 이식 환자의 장기 생존율은 65~70%다. 생체 간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와 이식환자의 생명을 모두 살리는 것이다. 최 교수는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등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의료 인공지능 왓슨 도입 후 협진이 늘면서 과별 긴밀한 협력이 더욱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길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0여 명이다. 김 교수는 “최근 수술 사망률은 제로(0)”라며 “앞으로도 수술 사망이 없도록 환자 관리 수준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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