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세상] '맹견' 아닌 폭스테리어·프렌치불독이 왜…

"견종별 대신 개체별 맹견 관리 필요" 농림부도 개정 추진

귀여운 외모로 사랑받아온 폭스테리어가 3세 아동을 심하게 물어 안락사 논란까지 번진 가운데 일부 대형 견종에게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 행정당국의 '맹견' 관리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승강기 앞에서 폭스테리어(키 40㎝)가 33개월 여아의 사타구니를 물어 견주(71)가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이 개는 사건에 앞서 한 초등학생도 물었던 사실이 확인돼 경찰이 함께 수사하고 있다.

지난 4월 부산 해운대의 한 아파트 승강기 앞에서도 대형견이지만 온순하다고 알려진 올드잉글리쉬쉽독이 30대 남성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지난 2017년에는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던 프렌치 불독이 유명 한식당 대표를 물어 사망에 이른 사건도 있었다.

이 세 사건의 공통점은 사고를 낸 개가 일반적으로 사납지 않다고 알려진 종이며 정부가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한 맹견으로 지정한 견종도 아니라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 등 5개 견종만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까지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견종을 기준으로 공격성을 관리하는 것은 개 물림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수의학 박사인 이창훈동물병원 이창훈 원장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견종보다는 개체적 특성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하면서 "대형도 아니고 평소 귀엽고 순종적인 이미지로 알려진 견종 가운데도 사람을 무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 원장은 "아이가 넘어지거나 울면 개는 아이를 사냥감으로 인식할 수 있는데 (여우 사냥개였던) 폭스테리어는 이런 것에 더 민감한 것"이라며 "견종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봐야하고 따라서 규제도 견종이 아닌 개체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견 훈련 전문가로 알려진 이웅종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교수 역시 "모든 개는 공격성을 갖고 있어서 견종이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어떻게 시켰냐에 따라 사회성 여부가 달라진다.

또 한번 물어본 경험이 있는 개는 다시 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할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모든 반려견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특히 사람을 공격해본 경험이 있는 개에 대한 행동교정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림부도 현행 맹견 지정과 관리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인식하고 개체별 공격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농림부는 폭스테리어 사고 이후 낸 설명자료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등 안전사고를 일으킨 개에 대해서 목줄과 입마개 착용 의무화하는 등 기존에 지정된 맹견과 유사한 규정을 적용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사고를 낸 반려견 소유자가 교육을 필수 이수하도록 하거나 사육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기로 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개체별 공격성 평가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폭스테리어 개 물림 사고 직후 '개통령'이라고 불려온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씨가 자신의 유튜브에서 해당 개를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온라인상에서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했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강씨의 발언을 전하는 뉴스에는 강형욱씨의 의견에 찬성하는 댓글이 다수를 이룬 반면, 강씨의 인스타그램에는 지나치다고 반발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안락사 논란과 관련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채일택 팀장은 "문제의 원인이 개인지 관리에 소홀한 견주인지, 또 해당 폭스테리어가 교정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관해 독일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격성 평가와 같은 정식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상태에서 사고를 냈으니 안락사시켜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발언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