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검찰 검사장급 인사를 앞두고 정계와 법조계에선 서울중앙지검장보다 서울남부지검장 인선에 더 많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치로 발생한 여야 국회의원 100여 명의 무더기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서울남부지검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다음 총선과 대선 지형이 달라질 만큼 대형 사건이어서 검찰 안팎에선 “차기 서울남부지검장이 가장 주목받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차기 서울중앙지검장 인사보다 남부지검장이 더 궁금한 까닭은
통상 주요 정치인 수사와 기업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5월 접수된 패스트트랙 관련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했다.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이 수사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무소속인 문회상 국회의장을 비롯 자유한국당 59명, 더불어민주당 40명, 바른미래당 6명, 정의당 3명 등 109명에 이른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 아들의 KT 특혜 채용 의혹도 최근 서울남부지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대부분 마무리 단계다. 국정농단과 사법행정권 남용 등 적폐 수사는 이미 재판에 들어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현대자동차 관련 기업 수사도 막바지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의 역할은 기존 사건의 공판을 담당하는 정도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법조계에선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정권 의중을 잘 읽는 인사가 발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인 사건을 무리하게 처리하다간 여당이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인사가 기용될 것이라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조남관 대검 과학수사부장과 강원랜드 채용비리수사단장을 지낸 양부남 의정부지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장은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 등과 함께 차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