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임금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 37%가 내년 최저임금이 동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의 근로자들 중 ‘동결’ 의견은 44.4%에 달했다. 임금을 주는 사용자가 아닌 최저임금 영향권에 있는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다음주 결정될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는 4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현재 한창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와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정해구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는 상용직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도 있었지만 일부 임시·일용직 근로자 및 자영업자의 불이익이 발생하는 등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발제를 맡은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근로자 상당수도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 등에 대해 최저임금과 관련한 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정책기획위원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했다. 사용자 측 설문 대상에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기업체 대표 및 무급가족종사자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에 대해 임금근로자는 ‘적당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자영업자 등은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근로자 28%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적당하다’는 응답은 49%였다.

눈에 띄는 대목은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근로자 37%가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점이다. 올리더라도 1~5% 미만이어야 한다는 응답도 31%에 달했다. 5~10% 미만은 18%, 10% 이상은 13%였다. 근로자 68%가 내년 최저임금은 지금보다 5% 미만으로 올려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자영업자 61%는 ‘동결’을 희망했다.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응답은 취약근로자일수록,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다닐수록 비율이 높았다. 정작 최저임금 인상으로 혜택을 받아야 할 근로자들이 ‘그만 올려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수입 증가보다는 임금이 안오르더라도 고용 안정을 택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은 임시일용직 근로자 중 41.1%가, 상용직은 35.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사업체 규모별로는 10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 44.4%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희망했다. 10~50인 미만은 36.8%, 50~300인 미만은 34.6%, 300인 이상은 33%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5~27일 전국의 만19세 이상 임금근로자 500명과 자영업자 등 3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임근근로자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자영업자의 경우 95% 신뢰수준에서 ±5.7%포인트다.

백승현/김익환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