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가 최근 열린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정기총회에서 제30대 학회장으로 선출됐다. 박 신임 학회장은 노사정위원회 비정규대책위 공익위원과 고용노동부 규제심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금융산업위원회 공익위원 등을 맡고 있다.
“주휴수당 유무에 따라 최저임금 시급이 최대 39.7%까지 벌어진다. 주휴수당이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정조원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창출팀장)“정부가 주휴수당 해외 사례로 꼽는 멕시코, 콜롬비아, 터키 등은 한국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탄자니아, 모잠비크에서 한다고 따라 할 것인가.”(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최근 2년 새 29% 오른 최저임금을 기업들이 감당하고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려면 주휴수당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11일 국회에서 쏟아졌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이 주최한 ‘주휴수당 66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다. 주휴수당은 하루 3시간 이상씩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하루치 임금이다.발제에 나선 박 교수는 “주휴수당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안정 차원에서 도입된 제도”라며 “소득이 늘고 휴식이 늘어난 시대에도 유효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휴일을 단계적으로 무급화하거나 기업 여건을 고려해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도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주휴수당 제도의 재검토는 필요하다”며 “다만 그 목적은 임금수준 하향이 아니라 임금체계 단순화 등 제도 개선 측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정조원 팀장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쪼개기 알바’를 거론하며 주휴수당 제도가 근로자 간 임금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장당 주 15시간 미만으로 여러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월 임금은 145만원인 반면 법정주휴일 외에 토요일도 유급휴일인 대기업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은 203만원 수준”이라며 “주휴수당이 입법 취지와 달리 저임금 취약 근로자의 처우를 더 나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성인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공동대표는 “근로자와 합의해 주휴수당을 제외한 근로계약서를 쓰더라도 계약 종료 후에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사업자로선 법을 지키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쪼개기 알바’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올해와 내년 연이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2년 동안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의 재심의를 요구하는 한편 최저임금 불복종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감소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도 적지 않다.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일자리마저 최저임금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향후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금융위기 영향을 받은 2010년을 제외하면 그동안 경제성장률과 명목임금 인상률을 훨씬 웃도는 최저임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또 국가별 1인당 국민총소득(GNI) 대비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도 올해 최저임금액(7530원)을 기준으로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호주, 캐나다, 독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와 같은 최저임금의 객관적 실태와 관계없이 또다시 대폭 인상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2019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해 작성한 임금 실태 분석 자료에는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 관련 항목의 수치만 나열돼 있을 뿐 그 분석 결과가 10.9% 인상에 어떤 근거를 제공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무릇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서는 임금중위값과 생계비 등을 반영해 저임금 근로자의 최소한 생활 안정을 위한 목표치를 객관적으로 제시한 다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기업의 지급 능력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적정하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인상안을 심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용자의 지급 능력을 초과하는 비합리적인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지급 능력을 보완하도록 하는 것은 최저임금제도의 실질과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최저임금위원회의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가 된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참에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고 정부의 정치적 성향을 반영한 편향적 결정을 막을 수 있도록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국회 결정 방식 또는 노사를 제외한 전문가위원회 방안 등이 제안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자체를 국회가 결정하는 것은 최저임금을 정당의 정치적 흥정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채택하기 어렵다. 전문가위원회 방식도 노사 반발과 정부의 임금 및 소득정책 내용이 최저임금 결정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어 역시 수용하기 쉽지 않다.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사회정책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 본질은 사용자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핵심 근로 조건이므로, 정파적 영향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지급 능력과 노동 가치를 고려해 노사의 자주적 교섭을 통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최저임금위원회 심의 과정을 보면 노사 대표가 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액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명분에 집착해 합의 도출을 꺼려하는 잘못된 습관을 가진 우리 노사관계의 현주소를 생각하면 자주적 교섭이라는 전제가 무색해진다. 그 때문에 노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리적 결정을 유도해 줄 공익위원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이와 같이 노사 대표와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 방식의 심의구조가 현재로서는 최선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노사의 불합리한 주장을 최소화하고 교섭을 촉진할 수 있도록 근로자 보호의 하한선과 함께 최저임금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지역의 경쟁 조건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공익위원을 공정하게 위촉하는 것이 해법이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고 공익위원을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이 기회에 심의의 효율성을 높이고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위원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위원 수를 대폭 줄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은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이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분쟁 등과 관련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박 회장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고 썼다. 이어 “중국,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지적했다. 최근 통상 분쟁 및 외교 갈등을 둘러싼 정부의 안일한 대책과 국내 정치권의 공방을 문제 삼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과도한 규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 회장은 “다들 전통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폭풍처럼 다가오는 미래 사회를 예견해 첨단기술과 신산업에 몰입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반 과학도 모자라는 데다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그는 “그런데도 규제 법안은 경쟁하듯 속속 보태어지고 있고 기업은 일부가 지은 잘못 때문에 제대로 항변조차 하기 조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박 회장은 “의료와 교육 등 큰 서비스산업 기회는 ‘완전투망밀봉식’으로 닫혀 있고, 열자는 말만 꺼내도 전원이 달려들어 역적 취급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완.전.투.망.밀.봉.식’에 글자마다 점을 찍으며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박 회장은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며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몇 달째 문을 닫았던 국회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는 “가끔 도움이 되는 법도 만들어지긴 하더니만 그나마 올해는 상반기 내내 개점 휴업으로 지나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이냐.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