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최대 피해자 여성·어린이 함께 지키자"
2018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사진)가 한국을 찾아 “강간이 더 이상 전쟁의 무기가 되지 않는 세상을 이루도록 모두 행동에 나서자”고 말했다. 무퀘게는 1일 서울 마곡동 이화여대 의과대학에서 명예 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9년 콩고에 판지병원을 세운 뒤 내전 중 무장 반란군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치료해온 공로로 201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무퀘게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전쟁은 남성들의 결정으로 벌어지지만 피해는 대부분 여자와 어린이에게 돌아간다”며 “1990년대부터 콩고에서 광물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경제 전쟁이 벌어지면서 극단적인 폭력을 동반하는 강간이 전쟁의 전략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 처벌 법안을 채택한 국가가 늘고 있지만 실제로는 집행되지 않는다”며 “국내에 성폭력 처벌법이 없다면 강간을 국제적 범죄로 인정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주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한 나디아 무라드와 국제기금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선 “이들의 증언 덕에 정치 및 군사 책임자들이 강간이 국제적 범죄라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됐다”며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들의 잘못이 아닌 만큼 목소리를 내는 것이 당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수여식 후 이화여대와 이화의료원, 판지병원은 상호 교육과 연구 교류를 활성화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