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부산의 한 대학교수에 대해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대학교수는 횡령 사실이 탄로나자 제자들에게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땅에 파묻거나 염전에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학교수는 국비 지원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항소1부(김홍준 부장판사)는 업무상 횡령,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6)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고 23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부산 한 대학교수인 A씨는 2015년께 국비 지원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제자 3명을 연구보조원으로 허위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30여차례에 걸쳐 2000만∼3000여만원의 임금, 인건비를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A씨는 형량이 무겁다며,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자들에게 뒤늦게나마 횡령한 돈을 지급하고 부정으로 수급한 보조금 중 800만원을 공탁한 점, 개발과제 2건이 예정대로 진행된 점 등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지도교수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대학원생에게 지급된 임금 명목의 보조금을 빼돌려 사용하고 수사가 시작되자 제자에게 합의서를 써주지 않으면 '아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땅에 파묻거나 염전에 팔아버리겠다'며 저급하게 협박한 점을 고려하면 원심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판결했다.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노동조합이 국내 완성차 업체의 생사를 가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불안한 노사 관계와 장기 파업으로 만신창이가 돼 가고 있다. 한국GM의 경우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조차 제대로 못했다.반면 쌍용자동차는 해고자 복직과 9년 연속 노사 무분규 기록 등 노사 간 협력에 힘입어 내수 3위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해 사뭇 다른 모습이다.전문가들은 ‘노조 리스크’에 완성차 업체가 위기를 넘어 말라죽기 직전까지 왔다며 우려를 표했다.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5일 무기한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파업을 한 건 4년 만이다. 2018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12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생산 손실은 약 2806억원에 달한다.지난달 21일에는 노조가 전체 조합원 2219명을 대상으로 한 찬반투표에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을 부결시켰다. 11개월 만에 마련한 결과물을 걷어찬 것이다. 투표자 2141명 중 1109명(51.8%)이 반대표를 던졌다.노조의 ‘어깃장’으로 르노삼성은 12개월간 임단협 타결은 고사하고 잠정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도리어 파업에 참여한 인원에게 더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노조 파업에 따른 일감절벽은 고용을 위협하는 등 경쟁력을 깎아 먹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프랑스 르노는 임단협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 수출물량 배정을 논의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생산 예정이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XM3가 스페인 공장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노조 내부에서도 서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전면 파업 지침에도 야간조 900여 명 중 절반은 정상근무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을 거부한 조합원들과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며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고 일반 조합원들의 지지는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한국GM도 마찬가지다. 임금협상(임협)을 두 달 가까이 시작을 못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협 교섭 첫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다.그러나 교섭 장소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연기됐다. 과거 4월이면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올해는 기약 없이 늦어지는 상황이다.노조는 협상 테이블에 기본급 5.6% 인상과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50%(약 1000만원), 정년 연장 등을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임단협 성과를 뒤엎는 수준으로 되돌아가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쌍용차는 정반대로 ‘노사 화합’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에서 탈퇴한 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왔다. 올해 임협 역시 교섭 절차를 밟기 전이지만 무난한 협상이 점쳐지고 있다.원만한 노사 관계는 신차 효과와 맞물려 판매 실적 개선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쌍용차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4만7731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4만1821대) 대비 14.1% 증가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개월 연속 1만 대를 돌파했다.내수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르노삼성, 한국GM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르노삼성 노조는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어기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회사가 없으면 노조도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성차 업체는 ‘위기’를 넘어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경영 환경을 감안한 행동을 보여줘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김 교수는 또 정부가 적극 나서 중재 역할을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회사가 있어야 직원들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5일 새벽 2시께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당신들의 일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곧 폐업하는 한 중소기업의 대표라는 이가 쓴 글이었다. 수도권에서 기업을 경영한다는 그는 “경기 불황으로 매월 수천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회사를 운영하다 이제 회사를 정리한다”며 글을 시작했다.이어 “힘들지만 생계를 책임지는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회사의 폐업을 막고자 사재를 털어가며 회사를 운영해 왔으나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의 어려운 실정을 틈타 민주노총을 설립해 구조조정을 막고 급여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과 같은 무리한 사항을 요구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그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에게 드리고 싶은 얘기는 ‘회사가 있어야 당신들의 존재도 있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판단으로 회사가 더욱 발전하고 노동자가 일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폭력과 불법이 난무하는 당신들의 그 일상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호응받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주주총회에서 법인분할 안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조는 주총장 불법 점거, 시설물 파괴, 파업 미참가 직원 폭행 등으로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조는 이날도 4시간 부분 파업을 벌였고 7일에도 2시간 부분 파업을 예정하고 있다.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노조는 여전히 ‘마이 웨이’를 걷고 있다. 중소기업 대표의 글에는 “경기 불황을 탓하는 것은 무능함을 덮는 핑계” “직원들이 저렇게 한다는 건 당신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 등의 비아냥을 담은 댓글이 잇달아 달렸다.이날 자유게시판에는 파업 미참가자들을 비난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앞으로 나만 살겠다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선후배님들은 사람 대접 받을 생각하지 말라. 투명인간 취급하는 건 물론이고 작업장에서 어떤 도움도 받을 생각하지 말라”는 글도 있었다.회사 측은 이날 사내 소식지에 올린 ‘노조의 폭주, 이제는 멈춰야 한다’는 글을 통해 “더 이상 한솥밥을 먹는 식구끼리 갈등이 깊어져선 안 된다”며 “서운한 마음을 풀고 대화의 장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또 “폭력 및 불법행위 당사자는 인사 조치와 함께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며 노동조합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