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4개월 협상 교착 해소·돌파구 마련
'포괄적 협상' 기조 속 '유연한 접근' 구체화 통한 실질성과 도출 관심 집중
'올바른 협상' 강조하면서도 "제재 유지되나 협상 일정 시점엔…" 여지도
[남북미 판문점 회동] 트럼프, 파격 승부수로 협상재개 수확…향후 행보 주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녘땅을 밟는 파격까지 보인 끝에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개월간 교착이 이어지던 북미 실무협상을 제 궤도로 돌려놓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 방문으로 북한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에서 전격 회동, 정상 간 신뢰를 한층 높은 수준에서 재확인함으로써 북미협상 재개라는 결실을 거둔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승부수가 실무협상팀의 '유연한 접근'으로 이어져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게 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판문점을 찾아 군사분계선(MDL)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과 '역사적 악수'를 한 뒤 함께 북녘땅으로 넘어갔다.

그는 다시 김 위원장과 함께 MDL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내려와서는 53분간 사실상 3차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실무협상 재개라는 합의를 도출해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일괄타결과 단계적 접근의 입장차를 분명히 확인한 뒤 4개월간 멈춰서 있던 북미협상 시계가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북미협상의 동력이 돼온 '톱다운식' 접근이 실무협상 교착 해소에 또 한번 작동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을 마친 후 "(북미가) 각각 대표를 지정해서 포괄적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면서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로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협상)대표가 될 것이고 2∼3주 내로 북미가 팀을 구성해서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트럼프, 파격 승부수로 협상재개 수확…향후 행보 주목
'포괄적 협상'이라는 언급으로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에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안전보장 및 제재완화 등의 상응조치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는 방식의 협상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단계적 접근 방식을 고수하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 행보에 일정 부분 물러섰을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으로 미뤄볼 때 북한은 거부감을 보여온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총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양해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제재에 대해 다소 전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을 내놨다.

그는 "제재는 유지되지만 협상의 일정 시점에(at some point) 어떤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미가 협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제재 일부 완화 등의 조치가 가능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는 '일정 시점'이라고만 표현했을 뿐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미가 이르면 7월 중으로 실무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이 앞서 공언한 '유연한 접근'을 얼마나 구체화해 실질적 성과를 이끌어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 실무협상팀을 이끄는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공개강연을 통해 "북미 모두 유연한 접근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미 모두 단계적 접근과 일괄타결에서 조금씩 물러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북한에 유연한 접근을 촉구함과 동시에 미국도 같은 태도를 취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 북미 각자가 얼마나 구체적 조치로 유연성을 발휘할지가 실질적 성과 도출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이틀 전인 28일에도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 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측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 미측 대표로서 실무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재차 보이기도 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트럼프, 파격 승부수로 협상재개 수확…향후 행보 주목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속도보다 올바른 협상을 추구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미국에 나쁜 합의라면 합의를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본 입장은 유지된다는 뜻이라 실제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발휘할 유연성의 범위가 어느 정도일지 주목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행정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사상 처음으로 70년 넘게 적대관계였던 북측 지역에 발을 들였다.

이는 김 위원장에게 신뢰를 되살리는 계기 중 하나가 됐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파격에는 지난 18일 자신의 재선 도전 출정식에 이어 26∼27일 미 민주당의 첫 대선주자 TV토론이 열려 2020년 대선을 위한 레이스가 본격화한 상황도 반영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란과의 대치가 격화하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도 여의치 않는 등 이렇다 할 외교정책의 성과가 마땅치 않은 터라 북미협상에서의 성과 확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욱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인 남북미 회동에 이어 워싱턴으로 다시 돌아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대북 외교행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