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숨가쁜 외교전'…미국 우선주의 내세우며 중국 견제
"한명은 기진맥진, 한명은 정신나가"…바이든·샌더스 '트윗 조롱'
트럼프 동맹 압박하며 미중담판 대비…마음은 민주당 토론에?(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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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연쇄 양자회담 등을 가지며 또다시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날 오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업무 만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동맹국들에 대해 매우 잘 대해왔다.

우리는 동맹과 협력하고 있으며 동맹국들을 돌본다"고 했으나, 이러한 발언이 무색하게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기반, 무역과 방위비 문제 등을 놓고 동맹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28일 '미·중 담판'을 하루 앞두고 전선을 구축, 우군 확보를 시도하며 다자주의를 앞세운 중국과의 일전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태평양 건너 자국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TV토론에 대해서도 일일이 '트윗 품평'을 하며 민주당 주자들을 향한 공격과 조롱을 멈추지 않는 등 외치의 와중에도 국내 현안에 계속 개입하는 패턴을 이번에도 반복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제 외교의 세계에 다시 빠져든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일련의 경제·안보 갈등에 대한 (자국의) 이점을 누리기 위해 호스트인 일본을 포함, 미국의 동맹들과의 균형을 깨트리는 특유의 도발을 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사카 도착 이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를 만난 데 이어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잇따라 만났다.

29일 오후 한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2박3일간 모두 9개국 정상과의 회담이 잡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이날 아베 총리, 모디 총리와 '미·일·인도' 3자 간 정상회담도 가졌다.

이날 오전 일본, 인도, 독일 정상과의 연쇄 양자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굳건한 동맹과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모디 총리와 "아주 좋은 친구"가 됐다며 미국과 인도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깝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에 대해서는 "환상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친구로 둬서 너무 기쁘다"고 했다.

오사카에 도착하기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기선제압에 나섰지만 정작 이날 회담 전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군사 동맹이 일방적이라고 비난했고,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용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제품에 대한 인도의 관세가 철회돼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아베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오늘 회담에서는 무역, 군사, 국방 무기 구매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며 압박을 가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21세기형 군비통제 체계를 계속 논의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중국도 새로운 군축협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G20 정상회의 때에 이어 7개월 만에 다시 미·일·인도 3국 정상이 다시 만나 3각 밀착을 과시한 것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중국에 대한 대대적 견제구 차원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세 정상은 기자들 앞에 서서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셋이 주먹을 맞대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G20 정상회의의 '디지털 경제의 규칙 만들기' 주제 특별 이벤트에서 "미국의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의 자유로운 유통과 기술 혁신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지지를 미래에도 확보하고 싶다"며 중국의 인터넷 통제를 겨냥,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의 향배를 가를 '운명의 담판'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기 싸움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G20 정상회의가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된 시점에 열린 데다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정상외교도 다분히 내년 대선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댄 지지층 결집 차원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인 셈이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에서 동맹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2020년 대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멀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진행 중인 토론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27일 밤 열린 이날 토론은 전날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로, 마침 G20 정상회의와 같은 시간에 생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아시다시피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전날 첫 토론회를 했는데 보셨는지 모르겠는데 그다지 재밌지 않다"며 "그걸 보느니 총리 님과 시간을 보내는 걸 고대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도중에도 민주당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모든 민주당원이 수백만 명 불법 이민자들에게 무제한 의료 서비스를 주는 데 손을 들었다.

미국 시민을 먼저 돌보는 게 어떠냐"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진행자가 후보들에게 정부의 의료보험 서비스가 모든 불법 이민자들에게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자 10명 모두가 손을 든 것을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현지시각으로 이날 밤에도 트윗을 올려 "나는 G20이 열리는 일본에서 우리나라를 잘 대표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졸린 조'(Sleepy Joe)와 '정신 나간 버니(Crazy Bernie)'에게는 좋은 하루가 아니었다고 들었다"고 이틀 차 TV토론에 참가한 선두주자군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조롱했다.

그러면서 "한명은 기진맥진했고 나머지 한명은 제정신이 아니다.

웬 소란이냐"고 반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G20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국내 정치, 대선에 쏠려 있었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 세계를 구하겠다며 G20으로 향했지만 정작 자신의 외교정책 어젠다를 진전시키는 것보다는 자국 내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데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G20 회의 도중에도 민주당 토론을 지켜본 것인가.

아니면 이날 하루 트위터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나"고 비꼬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