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한전반’ ‘도로공사반’이 개설되는가 하면 ‘취반생(취업 반수생)’ ‘돌취생(돌아온 취업준비생)’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에 이어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된 데 따른 현상이다.

26일 대학가에 따르면 부산 동아대는 한국남부발전 등 부산·경남지역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내건 ‘공기업 준비반’을 운영 중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 대학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공기업 취업자 비율은 2015년 4.1%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된 2017년 6.3%로 2.2%포인트 높아졌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는 인근 나주혁신도시로 내려온 한국전력공사를 겨냥한 ‘한전반’을 개설해 에너지 공기업 입사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2014년 11월 김천 경북혁신도시로 옮기자 인근 대구·경북의 일부 대학은 ‘도로공사반’을 만들기도 했다.

블라인드 채용 확산 바람을 타고 취업시장에 각종 신조어도 탄생했다. ‘자충스펙’ ‘면까몰’ 등이 대표적이다. ‘자충스펙’은 지나치게 많이 쌓은 스펙이 오히려 취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블라인드 채용에서는 면접도 블라인드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의 ‘면까몰(면접은 까볼 때까지 모른다)’이란 말도 생겨났다.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면서 일반 기업 직원들의 ‘엑소더스’ 조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기업 취업을 포기했던 사람들도 ‘블라인드 채용이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에 공기업 취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취업회사 관계자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회사를 다니며 이직을 준비하는 취반생 또는 돌취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