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정책포럼(이사장 백용호)은 28일 오전 7시30분 서울 충무로 라이온스빌딩 위공세미나실에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사진) 초청 조찬세미나를 연다. 김대중 정부 때 러시아 대사를 지낸 이 교수는 ‘혁명적 독재체제 구축한 러시아 사례’를 주제로 강연한다. 러시아 혁명을 바탕으로 국내 촛불시위를 분석하고 문재인 정부 정책을 평가할 예정이다.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려던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구상이 서울대 교수들의 강한 반대로 사실상 무산됐다.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학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려면 전체 단과대 학장들이 참여하는 대학본부 학사위원회에서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의사 타진 결과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학칙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정부는 지난 4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수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계약학과란 기업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학과 운영비(연 20억~30억원)를 지원하고, 졸업생을 100%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과다. 서울대 공대는 반도체 계약학과 대신 공대에 반도체 전공트랙을 개설하는 방안을 마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다."특정기업 인력 양성소냐" 서울대 자존심에 막힌 '非메모리 육성'“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를 도약대 삼아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30일 경기 화성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날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확실한 1등을 하겠다”고 화답했다.하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정부와 삼성전자의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대에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사실상 무산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서울대에 매년 20억~30억원의 학과 운영비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50~100명 규모의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전공을 이수한 학생을 전원 채용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울대 내부에서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특정 기업 취업만을 목적으로 하는 학과 개설은 부적절하다”는 반발이 집중 제기됐다.상아탑 논리에 막힌 계약학과26일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 공과대학은 반도체 계약학과 개설을 위한 다른 단과대 동의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 과정에 계약학과를 개설한 전례가 없는 서울대가 채용보장형 계약학과를 설립하기 위해선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학칙을 개정하려면 공대 학사위원회와 교수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후 다른 단과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대학본부 학사위원회 △평의원회 △이사회에 차례로 동의를 구해야 한다.서울대 공대 학사위원회와 교수회의에선 반도체 계약학과 의제가 통과됐다. 그러나 본부 차원의 통과 절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공대 측 설명이다. 차국헌 서울대 공대 학장은 “학생의 미래를 특정 기업에 맞춰 가르치는 것이 서울대의 교육철학과 전통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학과를 개설할 수 없는 만큼 ‘플랜B’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학과 신설이 무산된 서울대가 추진 중인 플랜B는 ‘반도체 전공 트랙’(가칭) 운영을 말한다. 컴퓨터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재료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물리학부 등의 이공계열 학과가 협업해 반도체 전문 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의해 트랙과목을 운영하고, 기존 학부생이 이 트랙을 이수하면 두 기업이 채용하는 방식이다. 계약학과와 비교하면 학비 지원이 없는 대신 졸업생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반드시 취업할 필요가 없다. 트랙 신설은 학칙을 개정하지 않아도 돼 비교적 손쉽게 운영할 수 있다. 차 학장은 “서울대의 교육철학을 지키면서도 산업계 요구를 반영한 최선의 대안”이라며 “총장에게 보고를 마쳤고, 트랙 운영비 지원에 대해 삼성전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랙 과정은 새로 전공을 신설하는 것보다 전문성이 떨어지고 이수 학점이 적을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대학이 기업 필요 외면”서울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무산 소식에 업계에선 허탈해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대학이 연구개발과 함께 인재양성 역할도 해야 하지만,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 양성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조차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아니라도 반도체 인력을 키우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매번 기업에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할 때에는 외면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한국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학들의 책임있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서울대는 건학이념과 교육철학의 문제라고 설명하지만 공대가 더욱 팽창하는 것에 대한 다른 단과대의 ‘우려’와 ‘시샘’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 공대는 경영대, 법대 등 다양한 단과대가 계약학과 개설에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왔지만 내부 반발을 넘지 못했다. 서울대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로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정의진/김동윤/좌동욱 기자 justjin@hankyung.com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해 비메모리 반도체(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려던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구상이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대가 특정 기업을 위한 인력 양성소냐”는 서울대 교수들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탓이다.차국헌 서울대 공대학장은 지난 25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학부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려면 전체 단과대 학장들이 참여하는 대학본부 학사위원회에서 학칙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의사타진 결과 통과 가능성이 ‘제로’라고 판단해 (학칙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4월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스템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전문 인력 양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계약학과란 기업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학과 운영비를 지원하고, 졸업생을 100% 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과다.정부의 계획 발표 이후 연세대는 삼성전자,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 각각 손잡고 2021학년도부터 반도체 계약학과 신입생을 모집키로 했다. 서울대의 경우 공대 교수들은 “이젠 대학도 사회와 기업들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며 대체로 찬성했다.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 학칙 개정안이 최근 공대 교수회의를 통과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을 중심으로 “특정 기업 취직만을 위한 학과 개설은 서울대의 인재양성 철학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냈다. 서울대 공대는 이에 따라 반도체 계약학과 대신 ‘플랜B’를 마련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측과 협의를 진행중이다.서울대 공대가 추진 중인 플랜 B는 ‘반도체 전공 트랙(가칭)’ 운영을 말한다. 컴퓨터공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재료공학부, 화학생물공학부, 물리학부 등의 이공계열 학과가 협업해 반도체 전문 융합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협의해 트랙과목을 운영하고, 기존 학부생이 이 트랙을 이수하면 삼성전자가 채용하는 방식이다. 트랙 신설은 학칙을 개정할 필요가 없어 비교적 손쉽게 운영이 가능하다. 반도체 전공트랙은 학비 지원이 없는 대신 졸업생들은 반드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취업해야 한다는 ‘강제조항’도 없다. 차 학장은 “서울대의 교육 철학을 지키면서도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최선의 대안”이라며 “총장에게 보고를 마쳤고, 트랙 운영비 지원에 대해 삼성전자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랙 과정은 새로 전공을 신설하는 것보다 전문성과 이수 학점이 적을 수밖에 없어 안정적인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서울대의 반도체 계약학과 무산 소식에 업계에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대학이 연구개발과 함께 인재양성의 역할도 해야 하지만,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양성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며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조차 인력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산업현장의 어려움이 크다”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아니라도 반도체 인력을 키울 수 있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학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매번 기업에게 금전적 지원을 요구하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할 때에는 외면하고 있다”며 “반도체가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학들의 책임있는 모습 필요하다”고 말했다.정의진/김동윤 기자 justjin@hankyung.com
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은 21일 “우리 경제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와 정치권, 기업·노동계 모두가 개혁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정치인 등이 ‘너는 개혁 대상이고 나는 개혁의 칼자루만 쥐겠다’는 식으로 나오면 우리 경제는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진 전 부총리는 이날 안민정책포럼 조찬세미나에서 ‘한국 경제 비상(飛翔)전략’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정책과 복지 경쟁, 경제의 정치화로 인해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성장잠재력은 떨어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비상하려면 정치 리스크, 정부 리스크, 노동 리스크를 극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진 전 부총리는 “정치권은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에 매몰된 채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를 향해선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처럼 정부가 정작 있어야 할 곳에서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규율을 제외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 기업을 뛰게 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교육 부문에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금 논의되고 있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노사관계 문제에 시한폭탄과 같다”고 평가했다.그는 “기업도 정부 규제에 냉가슴만 앓지 말고 태도를 진취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가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뒤 정부에 규제 완화와 전폭적 지원을 요구하는 ‘빅딜’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퍼주는 복지는 도덕적 해이 불러…'일하는 복지'에 재정 쏟아야"진념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사진)은 1962년 고등고시에 합격한 이후 노태우 정부에서 동력자원부 장관(1991~1993년), 김영삼 정부에서는 노동부 장관(1995~1997년)을 지냈고 김대중 정부 들어서 기획예산처 장관(2000~2002년)을 거쳐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맡았다. 반세기 넘도록 경제 발전의 현장을 지켜온 원로의 경제 진단과 고언을 듣기 위해 이날 조찬세미나엔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백용호 안민정책포럼 이사장을 비롯해 많은 청중이 참석했다.진 전 부총리는 “성장잠재력 하락에 주력 산업의 경쟁력은 이미 중국에 추월당했고, 기업들의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한국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분쟁은 패권전쟁으로 확산되면서 앞으로 20년 동안 한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 같은 위기에 둔감하다고 지적했다. 진 전 부총리는 “정부가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추세를 살펴보면 국내 설비투자가 줄고, 기업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커지는 등 한국의 경제 진로가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성장 없는 소득주도성장은 허구”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경제정책을 관할하는 컨트롤타워의 개편도 촉구했다. 진 전 부총리는 “청와대에 정책실장,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소득주도성장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책임자가 너무 많아 경제부총리의 영이 서지 않는다”며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 경제정책을 관할하는 방식으로 정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 혁신을 지목했다. 진 전 부총리는 “교육 혁신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무상교육, 무상급식 정책이나 남발하고 있다”며 “그렇게 쓰는 재정을 기능대학인 한국폴리텍대와 마이스터고에 지원해 능력과 자질이 있는 사람을 지원하는 것이 정의냐 아니면 평준화하고 다같이 나눠먹는 것이 정의냐”고 반문했다.그는 “복지제도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며 “파이를 나누기만 하는 복지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뿐”이라고 말했다. 전주 상산고의 자율형 사립고 재지정이 취소된 것을 언급하며 “모든 학교를 평준화하고 자사고를 배제하면 교육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데 교육부 공무원은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마이스터고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며 “당시 정부가 마이스터고를 출범시키고 학비·생활비 등을 지원했고 성과도 좋았는데 요즘 실습현장에서 사고가 나면서 시들해졌다”고 말했다.노동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산입범위를 정하지도 않은 채 최저임금부터 올려놓고 뒷수습을 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건 어렵지만 업종별로 차등 적용하는 것은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 전 부총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용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민하면서 노사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정치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치권은 내년 총선에만 관심을 두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며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정치가(statesman)’는 보이지 않고 다음 선거를 생각하는 ‘정치꾼(politician)’만 보인다”고 꼬집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