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g 초미숙아, 횡격막 탈장증 이겨내고 건강하게 퇴원
몸무게 900g으로 태어난 초미숙아가 중증 질환인 횡격막 탈장증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횡격막 탈장증은 횡격막에 난 구멍으로 배 속 장기가 올라가 심장과 폐를 압박하는 질환이다.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 신생아팀(김기수 · 김애란 · 이병섭 · 정의석 교수)은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27주 5일 만에 900g 초극소저체중미숙아(초미숙아)로 태어난 전호삼군이 76일 간의 신생아 집중치료를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미국소아외과학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태어나 생존한 미숙아 중 가장 작은 아이의 체중은 960g이다. 전군은 그보다 60g이 적은 900g의 체중으로 태어났다.

전군의 모친 정향선씨는 임신 7개월 때 임신중독증을 호소해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아기와 산모가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임신 27주5일째인 지난 4월11일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호삼이를 출산했다.

출생 직후 전군은 숨을 쉬지 않고 심장도 뛰지 않아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왼쪽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까지 확인돼 서울아산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신생아 2000~3000명 당 1명에게 생기는 질환이다. 지난해 국내 출생아수 32만명을 기준으로 100여명이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을 갖고 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산전 검사에서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이 확인되면 엄마 뱃속에서 최대한 자라도록 한 뒤 36주 이상이 됐을 때 아이를 낳는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인공호흡기와 에크모(체외막산소요법) 치료가 필요하다. 이후 구멍 난 횡격막 사이로 올라간 장기를 내리고 구멍을 막는 수술을 한다. 하지만 1kg 미만의 초미숙아는 혈관이 가늘어 주사 바늘(카테터)을 넣을 수 없다. 에크모 치료를 못해 생존확률이 희박하다. 이 때문에 횡격막 탈장증이 있는 초미숙아는 집중치료 중 고난도 치료로 꼽힌다.

서울아산병원 신생아팀은 전군을 살리기 위해 수시로 상태를 관찰하며 인공호흡기 치료를 했다. 산소농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전군에게 중심 정맥관을 통해 주사영양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주사영양제를 해독하기 위해 간의 부담이 커지면서 담즙이 정체됐고 장이 막히는 장폐색이 발생했다.

하지만 전군은 이런 과정을 이겨내고 태어난 지 40일이 되던 지난달 20일 체중 1.5kg까지 성장했다. 남궁정만 소아외과 교수는 구멍난 횡격막을 막는 수술을 했다. 이후 전군의 상태는 점차 좋아졌다. 출생 47일째 인공호흡기를 빼고 스스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모유를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회복됐고 지난 25일 체중 2.4kg까지 성장해 집으로 돌아갔다.

전군의 부모는 모두 중국인으로, 20여년 간 한국에서 무역업에 종사했다. 정향선씨(38)는 "아이를 살려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전군의 주치의인 정의석 서울아산병원 신생아과 교수는 "처음 선천성 횡격막 탈장증인 호삼이를 보았을 때 생존확률이 희박한 상황이라 많이 당황했다"며 "아기를 살리기 위해 다른 병원 의료진 간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고 이런 노력들로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