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총 46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빼돌린 기업사냥꾼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제1부는 자동차 부품업체 화진의 전 경영진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주범인 양모씨와 한모씨 등 3명은 구속 기소됐고, 이를 도운 이모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화진의 자금을 빼돌릴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2017년 7월 화진을 인수했다. 인수금액 583억원은 자기자본이 아니라 저축은행 대출과 차입, 사채 등으로 충당했다. 이들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양씨와 한씨가 각각 소유하던 회사에 자금 대여 및 전환사채 매입 등의 방식으로 201억원을 썼다. 다른 코스닥 상장사 인수금액 95억원 등을 합쳐 이들이 화진에서 꺼내 쓴 돈만 총 414억원에 이른다.

양씨 일당은 화진 주가가 하락해 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주식 280억원어치가 처분될 위기에 처하자 수소차 관련 신제품을 출시한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내는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사기적 부정거래)도 받는다. 또한 이들이 경영권 분쟁으로 화진에서 물러난 뒤 새 경영지배인 김모씨도 개인 채무를 갚는 등 작년 말 회삿돈 52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전력만 다섯 번이고, 이 중 세 번은 실형을 받은 기업사냥꾼이다. 한씨는 동종 벌금 및 실형 처벌을 받은 적이 있고,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중국으로 밀항하려다가 해경에 체포돼 밀항단속법 위반 혐의도 더해졌다.

이들이 인수한 회사들은 상장폐지가 의결되거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화진은 2016년 연간 순이익이 100억원이었으나 2017년 4분기에만 172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