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준. 연합뉴스
임효준. 연합뉴스
쇼트트랙 남녀 국가대표팀 전원이 진천선수촌에서 퇴촌당했다. 동성 선수 사이에 성희롱 논란이 불거져서다.

25일 대한빙상경기연맹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17일 진천선수촌에서 동반 암벽 등반 훈련을 하던 중 성희롱 사건이 일어났다. 이 훈련 도중 임효준이 앞서 암벽을 오르던 황대헌의 바지를 벗긴 것이다. 심한 모멸감을 느낀 황대헌은 코칭스태프에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알렸고 장권옥 감독은 연맹에 보고했다.

황대헌은 진천선수촌 내 인권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심리적 충격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헌의 소속사인 브라보앤뉴 관계자는 "암벽 훈련 도중이라 손을 쓸 수가 없어 하반신이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여자 선수들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일이 벌어져 선수 스스로 수치심이 크다"고 전했다. 황대헌은 수면제를 복용해야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체대 선후배 사이인 임효준과 황대헌은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함께 활약한 사이이기도 하다. 당시 임효준은 남자 15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땄다.

남자 계주에도 함께 출전하는 등 앞으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이끌 쌍두마차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두 선수가 원만하게 화해하길 기다렸다지만 피해자 쪽의 심리적 동요가 심하다"고 말했다.

임효준의 소속사인 브리온컴퍼니 관계자는 "암벽 등반 도중 장난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돼 조금 과격한 장난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황대헌 선수에게 거듭 사과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치용 선수촌장은 쇼트트랙 대표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남자 7명과 여자 7명 등 대표 선수 14명 전원을 한 달간 선수촌에서 쫓아내기로 지난 24일 결정했다. 대표팀은 다음 달 25일에야 다시 입촌할 수 있다. 그동안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임효준에 대한 징계 여부는 다음 주 빙상연맹 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