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재학생들이 학생 창의 공간 ‘스마트팩토리’에서 첨단 장비를 활용해 아이디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건국대 제공
건국대 재학생들이 학생 창의 공간 ‘스마트팩토리’에서 첨단 장비를 활용해 아이디어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건국대 제공
대학 평판도는 신설 대학일수록 역사가 깊은 대학과 비교해 높은 점수를 받기가 어렵다. 오랜 시간 누적된 이미지가 모여 점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새로 생긴 대학이 평판도 순위를 짧은 시간에 끌어올리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교육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2015년부터 5년간 ‘한경 이공계 대학 평가’ 평판도 조사를 분석해보니 이런 편견을 깨고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대학들이 있다.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이 그 주인공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평판도 순위에서 2015년 31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21위로 올라섰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2015년 47위에서 올해 37위로 10계단 올라갔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2015년 30위에서 올해 17위로, KAIST는 같은 기간 8위에서 4위로 뛰었다.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설립된 일반대학과 달리 과기원은 특별법인 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설립 및 운영된다. 대학마다 자체 학위과정을 두며 특수대학·국립대학·공과대학·자연과학대학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한 전자업체 연구개발센터 임원은 “과기원은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며 “믿을 만한 인재를 길러내는 기관이자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원에 대한 평가가 단기간에 높아진 것은 학비가 저렴하며 장학금 혜택이 많아 우수 인력이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신 연구 시설도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과기원으로 지방 우수 이공계 인재가 모이면서 대학 평판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국대(19위→14위), 전남대(37위→25위), 충북대(36위→27위) 등도 2015년과 비교해 평판도 순위가 크게 올라갔다. 건국대는 실용적인 학풍이 평판도 순위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 창업가 육성을 위해 학생 창의 공간인 스마트팩토리를 마련하고, 미래형 교육과정인 드림학기제를 도입한 것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남대는 창의적 문제해결방식(38위→26위), 연구역량·기술공헌 등 발전 가능성(42위→26위), 실용적인 연구 및 기술개발 역량(41위→26위) 등 세부 평가에서 고루 좋은 점수를 받아 순위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전남대가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투자를 늘려간 점을 높이 평가했다.

충북대도 전남대와 함께 지방거점국립대 중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였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대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충북대는 2017년 거점국립대 중 유지 취업률이 서울대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대학으로 기록됐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