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기존 방식에 의문 제기…'최저임금법 시행령 무력화 포석' 관측
내년 최저임금 심의, 첫회의부터 진통…'월 환산액 병기' 충돌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9일 노사 양측은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액 표기 문제를 두고 양보 없는 논쟁을 벌였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를 마치고 브리핑을 통해 "노사는 최저임금 결정 단위의 시급, 월급 여부와 시급에 월급 환산액 병기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고 다음 회의에서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시급 단위로 의결하는 최저임금에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는 기존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고 근로자위원들은 기존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며 맞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부터 시급 단위의 최저임금이 의결되면 월급 환산액을 병기해왔다.

올해의 경우 최저임금 8천350원에 월급 환산액 174만5천150원이 따라붙는다.

월급 환산액은 시급에 209시간을 곱해 산출한다.

209시간은 주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유급 주휴시간 8시간을 합한 48시간에 월평균 주 수 4.345를 곱한 결과다.

최저임금 시급에 월급 환산액을 병기하는 것은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문제와 결부돼 있다.

정부는 작년 말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한다고 명문화했는데 그 근거로 제시한 게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액 산출 방식이었다.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환산할 때 시급에 주휴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을 곱하는 만큼, 사용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지기 위해 노동자에게 주는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할 때도 주휴시간을 포함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 첫회의부터 진통…'월 환산액 병기' 충돌
당시 경영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에 강하게 반대했다.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분모가 커져 사용자 입장에서는 불리해진다.

이 때문에 경영계가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의 월급 환산액 병기를 문제 삼은 것은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무력화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영계는 개정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해놓은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달 초부터 3차례 진행한 공청회 진행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대표만 참석하도록 할 게 아니라 정부와 대기업도 참석해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노동계의 문제 제기는 최저임금 심의를 경제민주화 논의로 확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노동자와 소상공인의 '을(乙)과 을의 갈등' 구도를 넘어서기 위해 경제민주화의 이슈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위원들은 이번 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이외의 문제를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근로자위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노사 양측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정회와 속개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5시간 넘게 회의를 진행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의 본격적인 심의에 나선 첫 회의부터 한 치의 양보 없는 샅바 싸움을 벌인 것이다.

박준식 위원장은 "최저임금의 사업 종류별 구분 적용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수준 논의는 (오는 25일 열릴) 다음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다음 전원회의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을 제출해 줄 것도 요청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