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인천 서구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적수·赤水) 사태가 19일째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박남춘 인천시장이 대응이 미흡했다며 시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박 시장은 “정수장과 배수장의 정화 작업 등을 거쳐 이달 말까지 수질을 기존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인천시의 늑장대응에 분개했다.

박 시장은 17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수돗물에서 검출되는 이물질은 수도 관로 내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며 “더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관로 복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수돗물 방류조치 외에 정수장 배수장 정화 작업 등을 대대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박 시장은 “피해 초기에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설명해 불신을 자초했다”며 “철저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지 못하고 종합대응 프로세스가 없었던 점 등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사태가 발생한 뒤 인천시가 줄곧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20일이나 지나 대책을 내놓았다며 분개하고 있다. 붉은 수돗물 피해가 심한 인천 서구 지역 주민 2000여 명은 전날 인천시 서구 마전동 완정사거리에서 집회를 열고 인천시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 생수 수북이 쌓인 인천 초등학교 > 붉은 수돗물이 나와 급식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 생수병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 생수 수북이 쌓인 인천 초등학교 > 붉은 수돗물이 나와 급식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천 서구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 생수병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부터 서구의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된 붉은 수돗물은 지난 3일 영종도, 13일 강화군까지 확산되면서 ‘인천 물사태’로 커졌다. 주민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깨끗한 물을 찾아 친척집으로 떠나거나 가급적 외식을 자제하고 꼭 필요한 경우 서울이나 경기도로 원정 가는 신(新)풍습도 생겼다. 이날 시에 따르면 적수 신고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1만5600여 건, 피해 규모는 서구·중구·강화군에 있는 1만여 가구다. 14일까지 자체 급식을 중단한 학교도 모두 150개교에 달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