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검찰 70년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검찰총장 인선이다”

검사장 출신 대형 법률회사(로펌) 변호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이 같이 평가했다. 현재 문무일 총장(사법연수원 18기)보다 5기 후배인 연수원 23기 윤 후보가 지명됨에 따라 검사장급 30여명이 줄줄이 사퇴하면서 검찰 간부 조직이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총장이 된다. 수사에 정통한 총장이 취임함에 따라 대기업이나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집권 중후반기 도울 적임자’로 평가한 듯

검찰 내부에선 문재인 정부 출범의 공로가 큰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수사팀장 출신이어서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총장을 한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2017년 5월 취임 후 검찰총장보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먼저 임명한 것이나 윤 지검장(59)보다 나이가 어린 문 총장(58)을 검찰총장에 앉힌 것도 이러한 포석이 깔려있었다는 분석 등에서다.

여권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당시 상관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공개 항명’파동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인물”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의 레임덕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정권 후반기에 그를 총장직에 앉히지 않고 중반기에 맡긴 것도 이 때문이라는 촌평까지 흘러나온다. 윤 후보자의 임기는 문 대통령 임기 1년 정도 남겨둔 2021년 7월에 끝난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을 지냈다. 민정수석은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 등의 업무를 총괄한다. 권력과 여론에 따라 변하는 검찰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윤 후보자 지명은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발생하는 검찰 내부의 동요를 막고 강도 높은 적폐 수사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와대가 윤석열로 상징되는 ‘적폐수사’가 내년 총선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대기업 수사 강도 높아질 듯

윤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수사 지상주의자’로 평가받는다. LIG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읍(CP)발생 의혹 사건, C&그룹 비자금 사건 등 재계 수사에서 ‘저승사자’, ‘독종‘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모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많은 상관을 모셨지만 수사 관련 외압을 모두 막아주고, 수사만 신경쓰도록 도와준 분은 처음”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2013년 이후 폐지된 대검 중앙수사부가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특수수사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 부사장은 “윤 후보자의 특징은 한번 목표물을 정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정무적 판단도 하지 않은채 먼지털이식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경제 여건을 감안해 단기간내 환부만 도려내는 ‘명의(名醫)’식 수사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최근까지 지휘한 사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 치료제(인보사케이주) 관련 허위 자료 제출 혐의 △현대·기아차 엔진결함 은폐 의혹 △KT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의 배임 및 법인세 탈루혐의 등이 있다.

삼성 수사에서 그가 보인 ‘집요함’에 대해 법조계는 혀를 내두른다. 작년 삼성 노조 와해 의혹 한 사건만으로 서울중앙지검은 삼성전자를 10차례 이상 압수수색했다. 올들어 본격화한 삼성바이오 수사에서도 압수수색은 10차례, 임직원 소환 조사는 80회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광동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의혹, 한국타이어와 한화테크윈의 조세포탈 혐의 등도 수사하고 있다.

재판 중인 사건을 따져봐도 서울중앙지검의 타깃이 되지 않은 대기업은 거의 없을 정도다. △LG그룹 총수일가 14명의 156억원 조세포탈 의혹 △홍지호 전 SK케미탈(현 SK디스커버리) 사장과 안용찬 전 애경산업 사장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200억원대 횡령, 배임 혐의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 수사의 향방은 새로운 서울중앙지검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검찰총장은 검사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24일에 끝난다.

검찰 쪽에서는 문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인 이성윤 대검 반부패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 되면 ‘핀셋형’기업 수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 후보자와 함께 검찰에서 ‘대(大)윤·소(小)윤’으로 불리는 ‘특수통’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앉으면 윤석열 총장 후보자 못지않게 기업 수사를 몰아부칠 수 있다. 윤 후보자는 평소 경찰의 부실 수사에 강도높은 비판을 해왔다는 점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 구속이후 ‘정보경찰’의 폐해에 대한 수사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검찰내 기수 파괴의 후폭풍 거세

검찰 조직내에선 ‘인사태풍’을 예상하고 있다. 군대처럼 서열문화가 강한 검찰에선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높으면 ‘용퇴’를 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졌다. 검찰총장 동기들도 대부분 사퇴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장만 19기부터 23기까지 30여명에 달한다. 전국 18개 지방검찰청과 6개 고등검찰청의 고등검사장, 검사장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당장 검찰총장 후보로 경쟁해온 19기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 조은석 법무연수원장, 황철규 부산고검장을 비롯해 20기 김오수 법무부 차관, 이금로 수원고검장, 이호철 대구고검장 등이 사의를 나타낼 수 있다. 후임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이유에서다.

윤 후보자는 그러나 “함께 하자”며 이들의 사퇴를 만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다만 윤 후보자와 일을 같이할 선배 검사가 많을지 의문이라는 예상이 상당하다. 고검장급 인사는 “윤 후보자가 ‘붙잡는다’고 해도 고검장 1년을 더 하게 될텐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도 “윤 후보자를 지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이명박 정부 시절 출세한 검찰 간부를 모두 ‘물갈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눈치없이 조직에 남아있는 것은 더 굴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40대 중후반대의 검사장이 나오고 50대 초반대의 고등검사장이 나오는 검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현재 검사장에 진급한 연수원 기수는 연수원 24기이고, 올해 25기가 검사장으로 승진할 차례다. 검사장과 고검장이 줄줄이 사퇴할 경우 24기와 25기 중에서 검사장을 거치지도 않고 고검장을 맡아야할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법원 법관들과의 기수 차이에 따른 변화를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법원장에 대비되는 검찰총장은 통상 2~3기수 차이가 났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15기) 보다 8기 후배가 검찰총장이 나오면 일선 법원장과 지방검찰청장간 기수 차이도 7~8기 정도 나게 된다.

한편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어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윤 후보자 처가의 재산 축적 과정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자는 60억원대 재산을 갖고 있으며 대부분은 배우자 재산으로 파악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청와대 국회와 어떻게 보조를 맞춰갈 지도 미지수다. 그는 문 총장 보다 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비판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7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도입 등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안대규/좌동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