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영어' 재개 시기 제각각…지역별 교육격차 키우나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손모씨(39)는 1주일째 아이가 다닐 영어학원을 알아보는 데 시간을 쏟고 있다. 학교에서 2학기 이후에나 방과후 영어수업을 개설할 것이라고 통보해왔기 때문이다. 손씨는 “일부 학교가 지난달부터 방과후 수업을 시작한 것과 달리 준비가 더딘 학교는 여름방학이나 2학기 이후에 수업 개설을 예고했다”며 “기다리다 지쳐 학원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미 정원이 차 괜찮은 학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 방침을 철회하면서 초등 1·2학년도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겠다고 작년 10월 밝혔다. 하지만 영어수업 재개에 필요한 ‘선행학습금지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3월에야 겨우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9학년도 1학기가 시작된 이후 방과후 영어수업 허용 결정이 나면서 초등학교들은 부랴부랴 수업 재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지만 학교별로 재개 시점에 편차가 컸다.

'방과후 영어' 재개 시기 제각각…지역별 교육격차 키우나
서울지역은 초등학교 600곳 중 73.5%인 441곳이 이달 방과후 영어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 중 54곳은 이미 방과후 영어수업을 시작했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학부모 박모씨(40)는 “수업 개설 준비가 덜 된 학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값비싼 학원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지역 초등학교 229곳 중 이달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을 개설하는 학교는 190곳으로 83.0%에 달했다. 반면 경남과 전남 지역 초등학교는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율이 각각 33.7%, 18.9%에 그쳤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영어 강사를 다시 구하기 힘든 지방 공립초는 서울권 사립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지방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학교마다 방과후 수업 재개일이 달라 행여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사교육 문을 두드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무리하게 추진하던 선행학습 금지 정책이 교육 격차만 키워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여전히 실태 파악에 골몰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달 안에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재개율을 집계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